저녁.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골목.
나시족이 운영하는 한 수수한 식당에 들어갔다.
미리 알아보거나 이름난 식당에 가는 것도 좋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있듯 대체로는 이름이 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아 정말 그렇구나 확인하게 된다.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강점.
그럼에도 우연과 직감을 따라가 보는 것은 가치가 있는데,
더 큰 기쁨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흘러넘치는 즐거움과 경험을 나눔으로써
한 곳이 확대 재생산되는데 기여하기보다 다양성을 넓혀가는 데 기여하니 소소한 보람도 있다.
이쁜 언니가 있는 가게.
여자아이 둘이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다. 한 아이는 뭐라 표현을 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발견한걸까? 아님 이 언니 이쁘다고 감탄하는 걸까, 아는 언니라 말을 거는 중일까.
장소를 이루는 건축물, 길, 사물들뿐 아니라
사람들이야 말로 다채로운 풍경을 이루는 가장 큰 매력.
사람들도 거리와 야외 식당이나 카페를 즐긴다.
가보지 않았지만 사진과 TV 등을 통해 본 유럽처럼.
과일 행상도 가게에 드나들고 영업을 한다. 이리저리 왕래가 자유로운.
실내 문화보다 야외 문화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듯.
현대의 공유 코드가 되어가는 노마드 nomad, 유목적 코드라 해야할까.
농촌중심 마을의 공동체적 코드라 해야할까.
아마도 둘 다이지 않을까.
식당 안쪽 마당에도 좌석이 있는데
수수한 vip 석이라 부르고 싶다.
마당에 풍로.
면, 오이 무침, 생선 조림 등 수수한 식탁.
한국 음식을 떠올리는 맛.
이후 저녁은 거의 내내 이 식당에서 먹었다.
점심 식사와 카페를 겸했던 한국 식당에 이은 제2의 아지트.
숙소와 식당을 정해두고 가까운 곳을 여행하면 이렇듯 편안하고도 이국적인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이 지역 음식을 잘 모르니 이 음식, 저 요리시켜서 먹었는데
한 번은 한국의 신선로 같이 생긴 음식이 나왔다.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이 입맛. 식문화.
나시 족... 아무래도 한반도와 어딘가 끈이 닿는다 싶다.
가운데 화로 겸 연통.
일본, 중국, 몽골에 공통된 이런 형태의 요리.
화궈, 샤부샤부... 뜨거운 육수에 여러 가지 식재료를 적셔서 먹는.
중국차는 작은 찻잔에 마시는데
중국술은 더 작은 술잔에 마신다.
향이 강하고 기름진 중국 음식에
역시 향이 강하고 불이 붙을 정도의 높은 알코올 도수의 백주
그리고 은은하고 따뜻한 혹은 강하고 뜨거운 차.
셋을 같이 하면 중국적인 어떤 풍부함이 훅 느껴진다.
중국 강남은 온화해서 덜하지만
중국 강북의 거칠고 드넓은 땅에서 기죽지 않고 잘 살아가는 데에는 이런 강한 기운들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