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최상의 예술처럼 느껴지던 곳
서호 서남쪽 오운산 ( 五云山 ) 기슭에 위치한
대나무 숲 운서죽경 ( 雲栖竹徑)
雲 구름 운,
栖 깃들일 서 ... ①깃들이다 ②살다 ③머금다 ④깃 ⑤새가 깃들여 삶
竹 대나무 죽
徑 지름길 경, 건널 경 ... ①지름길 ②건너다 ③작은 길 ④논두렁길 ⑤길
'구름이 머무는 대나무 길' 이 되는구나.
이름에 보이듯 시적 정취 가득한 이 숲은
중국의 자연을 향한 깊은 사랑을 잘 보여준다.
신도 아니고, 물질도 아니고, 자연.
자연의 아름다움에 함뿍 취하고 노니는 노자적인 삶이 중국의 수준 높은 정신의 경지인 듯하다.
신이 세계의 중심에 있기보다
인간이 그 안에 있는 자연이 세계를 구성하는 구상과 관점.
신 중심의 세계는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세계로 전환을 갖게 되고 그것이 서구 르네상스를 거친 근대라고 말해진다.
사람이 작은 일부인 자연 중심의 세계는
영혼이나 정신, 마음보다 감각에 닿는 물질을 중시하게 되면
균형이 깨어져
사람보다 절대적 우위에 있던 신 중심의 사회만큼이나 사람이 경시될 수 있을 것이다.
급격한 물질문화의 발전에서 그러한 사례는 흔하다.
운서죽경은
여름에도 서늘한 녹음을 선사하는 높은 대나무 숲이 주는 혜택과 경외감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 빨라서 이내 무성한 숲을 이룬다고 한다.
물과 녹음이 어우러져 있고
건축물은 그것을 방해하지 않고 있고...
한자로 된 낙서라니. 대나무에...
한국의 담양 대나무 숲과 다른 점이라면 대륙 스케일 그리고... 한자 낙서.
나에겐 익히기 힘든 한자
그들에겐 일상인 한자.
중국 전통 찻집이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좋은 공간이었을 것이다.
조악한 데라곤 없어 보였다.
우아하다.
서화를 전시해둔 공간도 있다.
중국어와 역사, 문학, 문화를 잘 알면 이 공간이 풍부한 텍스트로 다가올 텐데...
요란한 데라곤 없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처마 끝은 종종 이렇게 하늘을 향해 한껏 올라간다.
중국인의 당당함은 건물에서도 보인다.
한편,
이런 감각...
도가적 분위기가 물씬.
전래 동화를 구현한 조각이라는 설명이 있다.
단정하고 우아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서늘한 대나무 숲.
비가 오면 흘러내리는 물소리로 더 운치 있는 곳이라니
중국에, 항주에 있다면
계절마다 가보고 싶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