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파사드에서 식탁 위까지 흘러넘치는 장식
항저우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지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식당도 큼직하고 고급스러운 곳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브런치는 한국 식당에서
중국에 오면 항상 그랬듯이
점심은 숙소 가까이 있는 한국 식당에서 먹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음식의 담백하거나 얼큰한 맛, 그리고 수수한 품새를 통해
균형감각을 회복.
익숙한 모양과 맛.
항저우 한국 식당은 고급스러운 편이었다.
당시 환율을 생각할 때, 중국 내에서도 약간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한국 식당을 찾는 듯싶었다.
중국이 화려한 꽃이라면,
한국은 이 식당 주변에 심어져 있던 이 꽃처럼 수수한 들꽃 같다.
마음이 편안.
명소를 한 두 군데 둘러보고 저녁엔 꼭 중국 음식을 먹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고, 중국에선 중국 음식을.
마지막 날 저녁 식당
마지막 날 저녁에 갔던 식당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지 명사의 사진들이 입구 홀에 걸려 있던 크고 고급스러운 식당.
역시 대륙 스케일...
식당인지 호텔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둘째 날 저녁 항저우 식당에서의 인상적인 단체 축배
여러 층으로 된 또 다른 큰 식당
시끌시끌하고 남녀노소 가족단위, 친구들...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갑자기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벌떡 일어나
요란하게 건배를 하곤 하는데
그런 장면이 재미있고 화기애애해 보여 우리 일행도 한두 번 따라 해보기도 했다.
분위기를 단박에 띄워주어 종종 떠오른다.
유독 항주에서 많이 본 듯.
조용하고 깨끗한 일본 식당도 좋지만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중국의 식당도 나름의 매력이 넘친다.
첫째 날 저녁 항저우 식당의 조형감각
자전거와 붉은 치파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직원분.
여행의 즐거움은
곳곳에서 그 지역의 전통문화와 동시대가 어울린 모습을 순간순간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습도와 온도와 냄새와 함께.
입구의 큰 바닷가재가 알려주듯
풍부한 해산물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이었다.
바다를 가운데 두고
중국에서 잡으면 중국산
한국에서 잡으면 한국산...
한국에서라면 생채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
익은 채소, 그것두 기름에 볶은 숙채로 나온다.
이렇게 기름에 볶고 튀기는 중국 음식들
하지만 수시로 마시는 차가 그 기름기를 맑게 걷어준다.
중국에서 맑은 강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식재료를 높은 온도의 기름에 익혀 먹고, 또 차가 발달한 데에는 지리 풍토적 요인이 작용했을 듯.
이렇듯 어떤 관습이 형성된 데에는 우연도 작용하지만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중, 일 삼국의 수저 문화는 흥미롭다.
젓가락이라는 일상 사물 하나에 깃든 보편성과 특수성.
중국은 길고 뭉툭한 나무나 상아 젓가락.
중앙에 음식을 놓고 각자 덜어먹는 음식 문화에 맞게.
국은 간헐적으로 먹고,
대신 차를 즐겨 마신다.
일본은 중간 길이 샤프한 나무젓가락.
각자 자신 앞의 음식을 먹고,
면의 국물이나 된장국은 작은 국그릇에 마시고.
한국은 숟가락과 함께 중간 길이의 놋쇠 젓가락(요즘은 스테일레스 젓가락).
밥, 국, 반찬을 번갈아 먹으니까.
일본 게살밥은 게를 쪄서 촉촉한 쌀밥에 섞어 담백했고
중국은 같이 볶아 마른 볶은밥.
국은 마셔도 되지만
이 고슬고슬하고 낟알로 떨어지는 볶음밥을 먹으려면 숟가락이 필요하다.
꽃빵은 보통 쪄서 나왔는데
이 빵은 튀긴 것 같았다 도넛처럼.
붉은 기름종이로 싸고, 아래엔 하얀 레이스로 받쳐 멋을 부렸다.
꽃처럼 보이게 아마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여유를 갖게 되면
사람들은 멋과 장식을 찾게 되곤 한다.
항주는 차와 비단 등 당대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지역.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식 본능.
술병에 그림이. 아마도 팔각.
졸정원에서 보았던 팔각 모양 정자들.
병의 형태에도 조형감각을 발휘한다.
상하이 동방명주가 생각나는 병이다.
야채도 쌓아 올려 탑 모양을 만들고
끝에는 붉은 구슬을 하나 붙였다.
중국, 참 구슬 좋아한다.
차를 담는 차통도, 그릇도, 요리도
술병도 화려하다.
알코올 도수도 높아 불도 붙는다.
화려한 꽃도 참 좋아한다 이곳 사람들.
항주 시민의 조형 의지는
당근과 무도 조각 질료화.
매화나무가 되었다.
중국 항저우에서의 하루는
유난히도 장식적이고 화려하던 중국 음식과 함께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