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필름에 담은 바닷가 료칸

Atami Onsen Ryokan in Black n White

by 해달 haedal



첫 일본 여행

아타미에서의 첫 일본 전통 여관과

노천 온천 로텐부로와의 조우.


낡은 나무색 목조 아케이드

저녁 형형색색의 가이세키 요리

비 오는 로텐부로의 푸른 새벽

소박한 아침상에서 조용히 끓던 나베의 흰색 탕

...


이 모든 색을

흑백 필름으로 재서술(redescribe).


컬러 필름과 다르고

디지털 화소와도 다른


아날로그

필름,

흑백 필름의 깊은 분위기로.









체크아웃하려고 방을 나설 때

종종 청소와 환기를 위해 열려있는 옆 객실을 무심코 보게 되곤 한다.







흑백 필름 사진의 깊이 있는 콘트라스트.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힘든 매력이 있다.


비가 와서

더 운치 있었고


비가 와서

비바람과 눈을 막아주는 훌륭한 기능이 더 돋보였던


목조 아케이드.






영화관 스크린 같다.


제목, "비 내리는 아타미" Rainy Atamy








체크아웃을 하고

높은 천정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들어오는 로비에서

다 같이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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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3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커피잔 세트.


에도(현재의 도쿄) 시대를 거치면서 아타미는 도쿄 근교 최고의 온천 휴양지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한때 쇠락의 길을 걷다가 도쿄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부각되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고.


근대적 풍경을 담은 이 커피잔,

아타미의 그런 지역성격의 메타포로 읽힌다.



이런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 내고

고풍스러운 목조 아케이드에

덧문이 달린 여닫이 다다미 방에

바다가 보이는 절벽 위의 바다 온천수 노천 온천을 갖추고


아타미의 옛 영화를 간직한 채

여행객에게 일본 온천 여관의 좋은 인상을 선사해준 낡은 료칸.


이미지와 느낌과 분위기는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구글 지도와 아타미 료칸 안내 사이트 등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노천 온천이 절벽에 있었으니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근처에 다리도 보였다.


로비 커피숍 창으로 보았을 때

왼쪽으로 산과 언덕이 보였고 해안 도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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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포드와 방파제가 있었고

작은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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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지도와 료칸 사이트에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문득 이 사진이 떠올랐다.





수건,

료칸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수건.

얼마나 반갑던지...


이 곳은 객실에서 목조 아카이드로 향하는 복도에 있던 공간으로

짐작컨대 차나 식사를 차려낼 때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곳.


이 사진을 찍을 당시

수건에 인쇄되어 있는 료칸의 이름을

뚜렷이 의식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의식하고 찍어두었다면

참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의식하지 못했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 Camera Lucida>에서

사진의 무의식적인 성격에 관해 쓴 부분이 생각난다.


또한 사진이 갖는 기록의 힘,

새삼 고맙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는 걸

환기시켜주어 또한 고맙다.


바르트가 말하길

사진의 가장 중요한 속성,


"거기 있었음".


짐작컨대 나는

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유리컵이라든가

그 아래 깨끗한 천

그 위 쟁반으로 받쳐져 있는 사기컵

등 소소한 물품들이

유리창을 통과한 빛을 받은 채 정돈되어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물들 위로


반듯하지 않게

흰 수건이 널려 있어 더더욱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낡았지만 깨끗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친근함과 쾌적함을 함께 준다.




도쿄로 가는 철도를 타기 위해 아타미 역으로 향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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