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기 Day 5 마켓컬리 새벽 배송

All Paper 노력 & 안타까운 비닐 테이프 손잡이

by 해달 haedal

고급진 이미지의 마켓 컬리는 온라인 몰의 새벽 배송 확산에 큰 역할을 한 듯하다. 대기업 온라인 몰이 작은 기업을 따라서 새벽 배송을 시작했는데, 요즘 같이 글로벌, 디지털 환경의 급변하는 시대에는 작은 기업들의 기민한 움직임을 대기업은 큰 덩치로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는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작은 스타트업을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서 자신의 일부로 금방 만들어버리는 속도 감각을 지니고 있다. 자본을 그렇게 사용한다. 페이스북이 인스타를, 구글이 유튜브를 사서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작은 스타트업을 대하는 자세가 미국 실리콘 벨리의 지혜로움에 못 미친다고 알고 있다. 탐사 보도나 , 또 이 세계를 잘 아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그 회사의 유능한 사람을 자기들에겐 얼마 안 되는, 하지만 중소기업의 한 개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큰, 한 줌의 돈으로, 하찮은 자본의 힘으로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해서 그 회사는 힘을 잃게 한다든가, 아이디어를 도용한다든가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를 키워낸 카카오에서도 그런 비슷한 시도를 한다는 보도를 한 달 전쯤에 읽은 것 같다. 네이버 맵보다는 카카오 맵을 주로 쓰는 사람으로서, 브런치에 애정이 있는 한 유저로서, 그 사건이 일부의 일탈이었거나 착오였기를, 그 카카오가 구글과 같이 가진 자본이 부끄럽지 않은 '클래스'를 갖추길 바라본다.


마켓 컬리는, 대기업이 하지 못한, 신선한 새벽바람을 일으켰다. 고급진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는 한 지인의 추천으로 가입을 하긴 했지만, 한살림의 생명 살림 철학을 지지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나로서는 주문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여름. 한 유명 냉면 맛집이 상품을 출시해서 가족 중 1인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성화에 못 이겨, 궁금도 하고, 주문을 하려 하니, 내가 아는 몰 중에서는 마켓 컬리에서만 주문이 가능했다. 하여, 처음으로 마켓 컬리에 주문을 했고 냉면이 도착했다. 이름도 정겨운 이 냉면은, 호오가 갈린다는 평을 감안해도 명불허전이었다.


종이 상자 + 종이테이프, 최소의 비닐

그리고 배송도 나에겐 나름 감동이었다. 종이 상자+종이테이프! 이 세심한 지구에 대한 예의. 상자 안에는 물론, 냉동식품인 물냉면을 위한 종이 아이스팩이 들어 있었고, 종이 상자가 결로에 젖어 찢어지거나 등 훼손됨을 우려해 나름 최소의 비닐로 상품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닐은 마켓 컬리의 브랜드 색 보라색과 통일감 있게 반투명 보라로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마켓 컬리의 '종이테이프' 노력을 무화시키는, '비닐테이프' 손잡이

문제는, 마켓 컬리의 그런 나름의 친환경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배송상의 손잡이용 접착테이프였다. 코로나로 인해 더 늘어난 많은 물량의 물품을 배송하려면 무척 힘들다는 것은 안다. 충분히 이해된다, 환경문제에 눈 감는다면. 그런데, 유독 마켓 컬리에서만 이런 배송상의 편의를 위한 비닐테이프 손잡이가 발견되었다. 이에 관해 실망감을 전달하고 비닐테이프 사용을 중단해주길 바랬지만, 한 번 더 그 냉면을 주문하느라 마켓 컬리를 이용했을 때, 그대로였다. 그래서 지난여름 이후 두 번의 그 맛집 물냉면 배송 이후, 마켓 컬리는 다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테이프도 사용하지 않고, 손잡이 구멍도 뚫려 있는 한살림의 배송 박스

최근 뉴스에서, 무거운 배송 박스에 손잡이를 뚫어달라는 배송기사님들의 요구가 있었고, 우체국 택배를 시작으로 점차 확산될 거라고 했다. 유심히 한살림의 배송 박스를 보았다. 한살림 배송 박스는 네 개의 면을 엇갈려 끼우는 방식으로 테이프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데, 이번에 보니 종이 박스 세로 양 면에 손잡이도 단정하게 뚫려있었다.




이 상자들은 회수되고, 보냉 백과 아이스팩도 회수하여 재사용한다. (가끔 기화되면 작은 부직포만 남는 드라이아이스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편이 지구에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




한 마디로, 한살림은 배송 관련해서도 지구에 끼치는 해가 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히 적다. 마켓 컬리는, 최근의 배송 박스 손잡이 뚫기 흐름으로, 종이테이프 위에 붙이던 비닐 테이프 손잡이 문제가 개선이 되었을까? 그냥 비닐은 재활용이나 되지, 비닐테이프는 매립되어 이 땅을 오랫동안 오염시킨다. 그 매립된 오염원을 지나 흐르는 지하수가 적신 농작물을 나는 또 먹는다. 비닐 테이프 택배를 줄여야 하니, 한살림을 이용하거나 시장으로 가야겠다. 시장에도 없으면, 그때 온라인몰을 이용해야겠는데, 온라인 몰의 이 편리한 택배 시스템을 벗어나기란 참 쉽지가 않다. 일단 정기적으로 이용하게 마련인 밥상 관련 택배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다.



켜켜이 재사용된 종이 상자 위의 라벨들, 곧 서울 시민들의 마음, 이 중첩된 라벨들에 내가 일부인 것이 행복하다.



#플라스틱일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