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기 Day 12 포장 음식

스티로폼, 알루미늄 포일, 검정 비닐과 그 외 간편식 플라스틱 포장

by 해달 haedal

1. 스티로폼+알루미늄 포일+ 검정 비닐


토요일.

매주 화요일, 토요일이면 우리 동네 아파트 정문 앞에는 양념 곱창 순대를 파는 포장마차가 온다.


소 7000, 중 1000, 대 13000 세 가지 양에 곱창, 순대, 순대+곱창 세 가지 메뉴, 테이크아웃 전용 포차. 한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데, 수년간 꾸준히 오시는 걸 보면 우리 집을 포함해서 단골이 꽤 있음을 짐작케 한다.


초반에는 스티로폼+알루미늄 포일+ 검정 비닐 이렇게 삼중의 포장으로 사서 먹었다. 설거지도 필요 없고, 알루미늄 포일이 찢어지지 않으면, 스티로폼과 검정 비닐은 분리 배출하고 양념이 묻은 알루미늄 포일만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되니 세상 편했다.


또 얼마나 맛있는지... 초반에는 야식으로 먹다가, 지난가을부터는 매운 양념과 쌀밥의 조화가 훌륭해서 토요일 저녁상의 메인 디쉬로 손색이 없었다. 주말이면 뭔가 조금 특별한 것을 먹고 싶은 저녁상에 일등공신이 되면서도, 식재료 사 와서/ 손질하고/ 조리하고/ 설거지 하는/ 네 단계를 훌쩍 다 뛰어넘으니 얼마나 훌륭한 대안인지.


진화

처음엔 요령이 없어 스티로폼 위의 포일에 싸인 채로 먹다가 스티로폼이 오염되어 분리 배출에 어려움을 몇 번 겪고는 했다.


1st 업그레이드

이후 먹을 때는 스티로폼, 알루미늄 포일, 검정 비닐을 깔끔하게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젓가락은 처음부터 받아오지 않았다.


2nd 업그레이드

그다음에는 검정 비닐 대신, 집에 있는 어디선가 예전에 받아왔던 반투명 비닐백이나 장바구니를 가져갔다.


3rd 업그레이드

그다음에는 집에 있는 스티로폼 형태에 가까운 넓적한 플라스틱 그릇을 가져가 스티로폼을 받아오지 않았다. 다 먹고 나서는, 포일만 종량제 봉투에 버렸다. 세상 편했다. 검정 비닐 안 받아와서 것두 편했다.


4th 업그레이드

최근에는 뚜껑이 있는, 스테인리스 그릇을 가져가서, 포장과 관련해 아무것도 받아오지 않았다. 다 먹고 나서 다른 그릇, 수저와 같이 손 설거지 하거나 식기 세척기에. 어차피 하는 설거지에 하나 얹는 것쯤이야. 마음이, 세상 편했다.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2. 플라스틱 케이스 + 비닐백


코로나 사태 이후로 집과 동네 위주로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백화점이나 몇 정거장 거리의 대형 마트를 안 가게 되어 간편식 포장이 더 줄었다. 예전에는 근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영등포 타임 스퀘어나 여의도 ifc몰 등에 갔다 오는 길에 간편식을 사 오곤 했다. 쇼핑 후에는 허기가 진 데다 보기 좋고 먹음직스러운 간편식에 더 끌리곤 했다.


한 번 먹고 버리는 포장. 분리 배출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서 큰 부담 갖지 않았는데 실제로 재활용 율이 매우 낮다는 통계를 접하고서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모아보니, 의식하는데도 이렇게나 많았다. 재활용에도 에너지가 들지만, 혹 이 녀석들이 재활용 조차도 안 되고 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들어 갔을 때 나는 내가 범한 이 오염의 업보를 다 어쩔 것인가...


친환경 포장재가 나와 있지만, 플라스틱이 훨씬 더 싸기 때문에 이용을 잘 안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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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박에 금박에 ... 플라스틱 포장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래서 소비를 촉진하고 폐해를 가리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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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사 먹고 나서, 조각 피자와 플라스틱 포장에 든 스폰지 케잌은 사 먹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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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이 그나마 잘 되는 투명 플라스틱. 하지만 안 쓰는게 최고.


20201212_160140.jpg 백화점 식품관에서 사 온 간편식. 그나마 이 녀석들은 아래는 종이, 위에 투명 플라스틱이어서 조금 낫지만, 종이에 포장하거나 가급적 식당과 매장에서 먹고 오려고 방침을 정했다.


관련 제재가 가능한 강력한 법 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무사안일의 거대 조직 공무원의 행정과 온갖 로비에, 이권에, 표에 휘둘리는 의결권은 변화 속도가 느리다. 시민이 바뀌면 그들도 바뀐다고 본다. 그러니 나 먼저, 그리고 나 라도. 나 한 사람이라도...



#플라스틱일기




꾸준히 혹은 간간이 하트 눌러 주시는 분들, 감사드려요.

그분들 중에 요즘 계속 듣고 있는 Oh Holy Night을 부른 한국의 국보급,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넓혀가고 있는 한 가수와 같은 이름이 보여서, 음식은 같이 못 나눠먹어도 음악이라도 같이 듣고싶어 링크 남깁니다.


https://youtu.be/tYCnc9km2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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