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기 Day 30 화장품과 선물 세트

by 해달 haedal


미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화장은 역사가 오랜 인간 문화의 하나. 화장품은 미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그 자체 미적 특성을 갖추려고 하고 따라서 내용물을 담은 용기도 미를 뽐내곤 한다.


내가 화장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샴푸와 마찬가지로 향과 용기 디자인, 두 가지가 우선이었다. 민감 피부가 아니어서, 한국 화장품은 대체로 품질이 좋아서 까다롭게 고르진 않았다.


씻어내는 샴푸나 세제와 달리 피부에 바르는 것이어서 변질 우려 때문인지 리필도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바디샵이라고, 용기를 재사용하는 해외 브랜드에 대해서 들어봤고 광화문 등에서 매장을 보기도 했지만 가격도 국내 화장품에 비해 높아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화장품을 한번 사면 너무나 오래 사용해서 바꿀 즈음에는 기쁘게 다른 상품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한 번에 화장품 사용량이 많지 않은 데다, 거의 한 방울 남김없이 사용하곤 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에서 설계한 라인업을, 마치 카메라 렌즈 라인업 구성하듯이 사서 쓰기 때문에 더더욱 오래 걸리기도 했다.


피부의 존재론적 성격

그러다가, 피부는 배설(출?) 기관에 가깝다는 얘기를 접하고서는, 피부에 화장품으로 공들이는 것을 그만두었다. 우리 몸은 수개월이 지나면 다른 세포로 바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피부는, 어떤 '상태'에 가까운 것이었다. 존재론적으로 고정되어 그대로 몇 년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 내 피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땀과 피지 등의 분비물을 배출하는 것이 피부가 하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였다. 피부는 숨 쉬는 옹기처럼 살아있는 표면이고 input 보다는 output 단자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는 것을 인식하니, 입력보다는 출력이 잘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스킨이나 로션 등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좋은 경우를 보면 화장품이 하는 기능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오디오 출력 단자에 입력 케이블을 꽂은 셈이 아닐까. 스킨과 로션을 계속 쓰면 피부가 자체적으로 피부 표면에 내보낼 옅은 막을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현재 나의 상태가 그러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아름다운 화장품 용기

화장품 용기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두고 경쟁한다. 이유는, 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리 잘 가꾸어, 순간 피부를 매끄럽게 해 두어도 외투처럼 기관들을 싸는 기능과 배출기관의 성격이 핵심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향과 그 형태를 즐겨왔던 화장품, 모두 놓아버리지는 못해서 사용하는 화장품의 개수를 줄였다. 이름도 복잡한 토너, 스킨, 로션, 에멀젼, 에센스, 마사지 크림, 영양 크림, 아이 크림, 보습 크림... 등의 기초화장품 중에서 중건성이기 때문에 로션과 크림, 아이 크림 정도만 남겼다. 것도 선물이 들어와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이니스프리의 용기 재사용 노력

몇 년 전,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용기를 수거해 처리 후 재사용한다는 설명을 듣고서 몇 가지를 구매한 적 있다. 그래서 이니스프리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용도가 좋아 '기꺼이' 받아온 샘플은 여행용으로 덜어쓰면서 오래 사용할 생각이다.



리필 제품도 있어서 사용 중이다.




얼굴이 당겨서 바르는 로션과 크림 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중요해서, 어쩌다 자외선 차단제를 깜박하고 부산에 가거나 해서 급히 구매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분을 신뢰할 수 있는 한살림 것만 사용한다.


설화수는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재작년 이맘때 기초 선물 세트가 들어와서 사용했다. 재활용이 조금 힘든 특수 인쇄 표면의 종이 상자에 플라스틱 틀에 들어있었다. 제품은 향도 마음에 들고 좋았지만, 유리병 외에 플라스틱 목도리? 견장을 둘러 괜히 폐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 맞지 않는, 시대적 흐름을 도외시하는 무딤으로 보인다.


선물세트 중에서 화장품이 특히 과대포장이 많은 것 같다. 선물 세트 포장은 명절 즈음 많이 나온다. 마트나 동네 슈퍼에 항상 등장하는 스팸이나 참치캔, 생활용품 등의 선물세트의 포장은 종이류나 썩는 비닐류로 가방까지 바뀌어야 한다.


오뚜기의 경영 철학이 좋은 점이 많아서 응원하고 싶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에 관한 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래 종이컵이 썩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오뚜기의 스페셜 기프트 부직포는 '스페셜'하게 100년을 지속할 것이다.



샘플은 거절

화장품은 화학제품이 많고, 세트 상품은 플라스틱을 더더욱 많이 쓴다.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뉴스에도 다루어졌고 제재도 시행되었다. 샘플은 작은 용량에 재생되기 힘든 작은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화장품 샘플은 예전에는 주는 대로 받아왔지만, 언젠가부터 '거절'하고 있다. 내가 거절해도, 가족 중 누군가가 '무료로 주는 것이니 무심코' 받아와 내게 준다. 앞으로는 주위에 말을 해야겠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든 것을 안 쓰려고 노력 중이라고. 플라스틱 용기에 든 작은 샘플은 더더욱.


매우 잘 만든 샘플, 그러나 앞으로는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은 굿바이. 이왕 생긴 것은 여행 때 남김 없이 다 쓰고 비닐은 씻어서 분리 배출, 용기는 재사용하거나 분리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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