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기 Day 16 컵라면

즉석라면 포장 : 컵 라면, 사발 라면, 도시락 라면

by 해달 haedal


한국인이라면 즉석면에 즉석밥 그리고 김치의 조합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햇반과 컵라면, (봉지, 미니) 김치를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나무젓가락으로 먹으면 간편하고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등산이라도 가게 된다면, 산 정상에서 무겁게 보냉 물병에 넣어온 온수로 컵라면을 만들어 먹고, 스텐이나 종이컵에 남은 온수로 (믹스) 커피를 타 먹으면 지상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일반 봉지 라면은 냄비와 그릇, 혹은 냄비와 냄비 뚜껑(덜어먹는 접시 용도)이 필요하다. 물을 끓여서, 파송송 계란탁의 관용어에 어울리게 끓여내려면 나름 시간도 정성도 필요하다.


그에 반해 컵라면, 사발라면, 도시락 형태의 라면 등 즉석 라면은 주전자에 물을 끓여 붓고, 잠깐 기다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데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면 설거지 할 것도 없고, 그 놀라운 편의성에 비해 맛도 꽤 괜찮다. 물론 끓여 먹는 라면에 비해 (대체로는) 맛도 영양도 덜한 데다 스티로폼이나 종이 안쪽의 코팅이 신경 쓰인다.



진화


스티로폼에 든 즉석라면을 만사 귀찮을 때 간단한 요기용으로, 비상용으로 몇 개 사두고 먹곤 했는데, 스티로폼 버릴 때 난감했다. 젓가락도 몇 번은 받아오다가, 집에서 먹으면서 매번 버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거의 받아오지 않는다.


1 st 업그레이드

즉석 라면이 먹고 싶으면, 스티로폼 용기에서 내용물만 빼서 그릇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어 먹고, 스티로폼은 분리 배출했다.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양념으로 오염된 스티로폼 용기를 씻어서 햇빛에 두면 신기하게도 없어진다고 한다. 동네 슈퍼 주인에게서도 들었고, 분리 배출 전문가가 쓴 글에서도 읽었으니, 해보진 않았지만 확실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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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업그레이드

컵라면과 라면은, 특유의 강한 인스턴트 느낌에 질리는 측면이 있다. 스티로폼을 구태여 생성하느니 종이 컵라면 작은 용량으로 어쩌다 먹고 싶을 때만 사 먹기로 했다. 농심 신라면은 면발이 약간 굵어서, 면발이 가늘어 약간 덜 익힌 느낌으로 가볍게 먹는, 무난한 삼양 라면을 주로 산다.


작은 사이즈여서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는데, 종이 용기는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은박지 느낌의 비닐 커버와 스프 봉지는 씻어서 말려 분리 배출한다. 커버는 은박지 느낌과 비닐 느낌이 다 있어서 갸웃했는데, 표면에 자세히 보니 재활용 표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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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젓가락은 안 받아온 지 오래되었고, 무심코 받아온 집에 있던 나무젓가락도 슈퍼에 갖다 주었다. 정말로 즉석에서 먹을 사람들에겐 요긴하니까. 이를테면 너무 추운 새벽에 근처 식당이 없거나 문을 아직 열지 않은 시각, 추위와 허기를 누그러뜨리고 싶다든가...


3rd 업그레이드

즉석 라면 자체를 거의 사지 않게 되었다. 즉석식품은 여러모로 권할 만하지도 않아서, 또 중독성 강한 라면을 즉석식품으로 가끔 먹게 되면 즉석식품에 길들여질 것 같아서, 친환경적인 식품들을 섭취하니 즉석 라면의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등의 이유다. 대신 봉지 라면에 파나 양파, 콩나물 등을 넣어 끓여 먹는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가 컵라면이 등장하는 장면을 접하기라도 하면 주체할 수 없이 먹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겨울엔 특히 컵라면의 유혹이 강한 듯도 하다. 다음날 작은 종이 컵라면을 사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여행처럼, 컵라면도 어쩌다 먹어야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화가 호안 미로는 어린이가 그리거나 만든 듯한 작품을 많이 제작했는데, 오뚜기가 포장 디자인에 호안 미로의 작품으로 콜라보를 펼쳤다. 노랑+ 빨강의 조합을 좋아하던 터라, 삼양 농심 팔도 위주의 라면과 비빔면 냉면 등을 먹던 인스턴스 식품 스펙트럼에 언젠가부터 오뚜기가 들어왔는데, 이 콜라보 이후, 그리고 오뚜기의 기업 운영이 여러모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어(플라스틱 일기 15 즉석밥) 더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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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들도 환경에 관한 한 아직은 다른 기업과 크게는 다를 바 없어 아쉽긴 하지만 미국에선 바이든이 당선되었고, 세계적 흐름을 역행할 순 없으니 시간문제라고 본다. 다만, 시간이 너무 걸려서 수많은 피해가 난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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