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기독교가 발생한 서구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어려서나 지금이나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성당에 가서 크리스마스에는 자정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즐겁게 이야기하던 기억은 나의 소중한 보물이다. 그 성당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커서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지 않지만 성탄절만큼은 성당에 가서 자정 미사나 성탄 교중 미사에 참석하곤 한다. 혹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든다.
12월에 접어들면,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긴다. 이 플라스틱 일기를 꾸준히 읽어오신 분이라면 한참 전부터 필자가 캐럴을 듣곤 하던 것을 기억하실 듯.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재즈, 소울, 팝 등 여러 장르로 여러 가수들이 부른 캐럴 듣는 게 참 즐겁다.
그와 동시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기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크리스마스이브 밤은,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의 날이자 시간. 한국에서는 어쩌다 연인의 날이 되기도 했지만, 성탄 전야가 어찌 연인들의 날일 뿐이겠는가.
동지에서 가까운 크리스마스, 그러다 보니 밤이 길다. 동지를 지나면서 밤의 길이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지 밤은 길고, 일찍 어둑해지니 밤하늘의 별처럼 불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것은 멋진 일이다.
거기에 흰 눈이라도 내리면 빨강과 초록의 보색 대비 장식과 함께 완벽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아닌 데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한 해 중 가장 화려하게 반짝이던 거리 풍경이 활기를 잃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인 만큼, 크리스마스 음악도, 영화도, 크리스마스 장식도 좋다.
작년에는 향과 초에 꽂혀, 크리스마스에 (파라핀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 초를 켰다. 초는 환기, 화재 등이 아무래도 조금 신경 쓰여, 올해는 LED 줄전구를 샀다. 하나는 몇만 원 하는 조금 정교한 것, 하나는 몇 천 원 수준의 단순한 것 그렇게 마련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지만 두고두고 사용할 것이니까 이 정도는 흔쾌히.
줄전구를 작년에는 초를 켰던 캔들라이트에 걸쳐놓으니 초를 켠 효과도 나서 기대 이상이다. 하나는 점멸 기능도 있어 음악과 함께 하면 리듬감이 배가된다. 초승달 모양의 줄전구는 은은하다.
줄전구 외에 작년에 구입한 마법사 할배와 비슷한 인형이 있어 선택. 크기가 더 작고, 모자와 의상이 올블랙, 모자가 눈을 덮었다. 올해의 이 팬데믹 사태를 안 보고 싶은 조금 우울한 마음이 투영된 것일래나. 귀엽고 정겨워 모셔왔다.
올해, 지난주에 우리 집에 온 올블랙 패션의 귀엽고 시크한 마법사. 종이컵 만한 크기.
인간이 동물에 비해 많이 발달한 것이, 손이라든가 뇌도 있지만, 표정이라고 한다. 그냥 모래주머니같은 이 천으로 만든 사물이 정겹게 느껴지고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은, 뭔가 내 소원을 들어줄 것 같, 은 것은 표정에 있지 않을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입도 없이 눈과 코, 거의 붙어있다시피한 미간에 수염에, 삼각 천모자 정도 쓰고 있는데 이리 호감이 간다. 옆에 계신 올블랙 시크 할배 마법사는 심지어 눈도 안보이는데, 왜 이리 우호적으로 느껴지는가?
위 뮤직 비디오에 나오듯, 크리스마스이브 (옛날엔 자정 미사) 밤 미사에 울려 퍼지던 파이프 오르간과 성가대,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리운 2020년 COVID-19 성탄절. 마침 동네 성당 반장님께서 저녁에 톡으로 보내주신 신부님들이 들려주시는 캐럴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