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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19. 2021

Day2
뷰티풀 플라스틱 플라워


수년 전, 한동안 이케아 앓이를 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유럽, 것두 북유럽, ABBA의 나라 스웨덴에서 온 글로벌 인테리어 업체 IKEA. 친환경 복지국가 스웨덴에 대한 동경이 있던 즈음이어서 이미지가 더 좋았다. 

 

이케아 매장의 시스템은 파악하기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업체이어서 집에서 거리가 좀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곤 했고, 여러 가지 물건과 함께 기쁘게 돌아왔다. 이케아는 인테리어 관련해 없는 게 없을 정도여서, 게다가 디자인과 품질 가격 등이 상당한 매력이 있어서 국내 관련 산업과 가게를 고사시키지 않을까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한동안은 매력을 느껴 물건을 계속 구입했다.


이케아에서는 공구 접근이 쉬웠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DIY 가구가 이케아에는 많다 보니 공구 세트는 설득력 있는 권유였다. 생애 최초 전동 드릴 하나 마련하고 나니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온갖 가구를, 심지어 서랍이 달린 수납장도 조립할 수가 있었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 공구세트는 흰색 플라스틱 용기에, 주황색 틀에, 검은색 드릴과 관련 공구 액세서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주황색의 활기가 이런저런 가구 조립의 에너지를 주었는지 신나게 공구와 친해졌다.


난이도가 다소 있던 책상도 사서 조립하고, A4 지를 수납하기 좋은 9단짜리 서랍장도 조립했지만 현재는 집에 없다. 이케아의 가구는 쓰다 보니 나의 감성과 맞지가 않았다. 스웨덴의 분명하고도 큼직큼직한 미니멀한 표현의 디자인은 오래지 않아 질렸다. 가구의 분위기나 품질도 오래 두고 쓰는 가구의 느낌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조립한 가구는 A3 이상의 사진 프린트용 종이를 보관하기 위한 서랍장과 나무 스툴 정도이다. 


초반에 이케아에 매료되어 국내 인테리어 기업이나 가게가 위기에 처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듯, 질려서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갈 때마다 즐겼던 김치볶음밥과 몇몇 음식들도 초반의 흥분이 사라지니 단조롭게 느껴져 이케아와는 인연이 끝나버렸다.


그런데 사진 액자만큼은 필요하면 다시 이케아를 찾을 생각이 있다. 가성비가 좋고 가벼워서 이케아 액자를 알게 된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액자는 사진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내부는 비어있고, 흔쾌히 다른 이미지들을 품어준다. 그래서 무생물이지만, 사진을 채워 넣은 액자는 이미지로 인해, 또 이미지를 바꿔 끼워 넣을 수 있다는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고착되어 있지 않다.


그런 액자와 더불어, 아직 집에 두고 있는 이케아에서 산 물건 중에 조화가 있다. 


어려서부터 강렬한 원색의 생경한 플라스틱 조화를 봐왔던 나에게 이케아의 자연스럽고 우아한 조화는 놀라움을 주었다. 신중하게 한 송이 한 송이 선택해서 한 묶음을 샀다. 송이 당 제법 가격을 줬다. 하지만 가격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거나, 디자인이 좋거나, 재질이 좋다.



폴리 재질의 패브릭으로 꽃잎과 잎을, 플라스틱으로 줄기를 구성한 이케아 조화는 사진을 찍으면 더 예쁘게 나왔다. 시들지 않아서 내킬 때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배치로 촬영을 하면 소소한 기쁨을 주곤 한다.


2021년 1월 연신 내리는 눈을 떠올리며 촬영


그런데... 변화가 없다. 

그래서... 예쁘지만, 우아하지만, 지루하다.


그 후 국내 가게에서 한 두 송이 정도 더 사서 지루함을 덜어보려 했지만 무소용. 곧 또 지루해졌다. 


다**에서 1~2년(?) 전 구입한 조화. 이케아 국내 상륙 즈음에 구입한 이케아 조화보다 몇 배로 싼, 하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에 다가온. 조화도 진화하고 있었다. 



매료되어 기쁘게 사 왔던 이 꽃들은, 썩지 않는 예쁜 폐기물이 될 것이다. 백 년을 갈지, 천 년을 갈지 알 수 없다. 재활용이 얼마나 될는지... 


아마 앞으로는 플라스틱 꽃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굿바이, 뷰티풀 플라스틱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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