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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20. 2021

Day3  시들어도 이쁜

시들어서 우아한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예쁘게 핀 꽂은 오래 가지를 못한다. 꽃만 그러할까, 우리도 태어나서 자라고 나이 들고 흙으로 돌아간다. 긴 인생에서 청춘은 잠깐. 그래서 청춘은 더 빛나고 아름답다.


나이가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같은 한국어이지만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이해를 하지 못한다. 물론 생각도 배경도 다르니 이해를 못하는 것도 당연히 있다.


진심 수긍하게 된 것이, 청춘들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한창 연애할 시기여서 이렇게 저렇게 꾸미고 멋져 보이려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 청춘들은 그냥 그 자체로 너무나 이쁘다.


너무 심술궂고 악의적이지만 않다면 그 푸릇푸릇함이 얼마나 이쁜지 본인들은 모르고, 나도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에 위치하든 빛이 나고 입어도 사실은 이쁘다. 그들 사이에서 좀 더 이쁘고 좀 더 멋져 보이려고 이런저런 스타일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고 시도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그냥 존재 자체로, 그 상태 자체로 이쁘다. 라고 느껴진다. 적어도 내게는.


그런 한편, 非청춘들도 간혹  이뻐 보일 때가 있다. 그들의 인상이 매력적이거나, 경험에서 오는 넉넉함이 편안한 미소나 웃음에 실려 나올 때나, 품성이 빛나거나, 태도가 멋질 때 등이다. 보슬보슬 털스웨터에 이쁘게 하얀 머리를 쪽지거나 귀엽게 커트한 할머니들은 정말 러블리. 성격미가 나름 인생 철학과 결합된 할머니 할아버지도 바라보기에 멋있다. 그들은 청춘과는 또다르게 매력이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관록의 중년들도 멋있다. 안정된 성격에 유머감각까지 갖추면 큰 매력이 더해진다.


각각의 존재들은 자신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존재 마다도 그러하고, 한 존재의 각 시간 시간도 그러하다. 그러니 나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그리고 (100세 시대라고 하니) 100대 각각이 모두 나름 나름 매력이 깃들어 있다. 더 정확히는 고유의 매력을 창조해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적 외적 상황에 압도당하면 그 매력은 꽃피기보다 가시로 돋아날 경우가 많은 듯하다.



졸업식이나 이런저런 행사에는 꽃다발이 들어온다. 집으로 가져온 꽃다발은 줄기 끝을 조금 잘라 꽃병에 꽂아준다. 1주일 내외로 화병에 꽂힌 꽃들은 집안에 생기와 화사한 분위기를 선사해주고 조금씩 시들어간다. 플라스틱 꽃과 달리 생화는, 변화를 보여주고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한 번 정도 물을 갈아 주고 나면 생화는 안녕을 고한다. 그렇게 꽃이 시들면, 혹은 시들기 전에 화병에서 꺼낸다. 원 형태를 잘 유지하고 싶으면 시들기 전에 꺼내어 줄기 부분을 위쪽으로 해서 말린다. 중력의 도움을 받는다.



시기를 놓쳐 너무 시들면 그냥 그대로 말리기도 한다. 이렇게 말리면 꽃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중력이 잘 느껴져 자연스럽다.





이래저래 생화는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집에 반려 동물이 들어오면 집사는 본의 아니게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처럼. 식물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이라면 얼마나 부지런해야 될까. 물론 그만큼 더 큰 사랑을 주고받는 건 부럽긴 하지만서도...


시들어도 예쁘다.


혹은,

시들어서 더 우아하다.




리즈 위더스푼(아님 본인이 좋아하는  생기 있고 예쁜, 스타일리시한 배우를 연상해도 좋습니다) 이

오드리 헵번(아님 본인이 좋아하는  생기 있고 우아한 배우를 연상해도 좋습니다)된 것 같은?




생기가 다한, 하지만 새로운 아우라를 지니게 된 이 우아한 사물들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기에 더 아름답다.








장덕 이라는 천재 작곡가, 가수가 있다. 그리고 이은하 라는 뛰어난 가수가 있다. 이은하, 그녀가 청춘일 때 청혼을 받았는데 딸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가진 아버지의 반대로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픔을 가사로 녹여내었고 장덕의 작곡에 얹혀 이 아름다운 노래가 만들어졌다. 청춘에서 중년으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이 노래를 부르며 어떤 회한에 젖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청춘의 그녀는 그 자체로, 지금 청춘들이 너무나 이쁘듯이, 이쁘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다른 톤으로 아름답다.


Lee Eun Ha, Like the Smile Saying Goodbye to Me(1994)

https://youtu.be/4en_mAbn4PM


JK김동욱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2004)

https://youtu.be/KzgubpOag5c


이은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2012)

https://youtu.be/v4QTsEuMJTw


이적(feat 유희열) -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2016)

https://youtu.be/q6QZyDJC8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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