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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24. 2021

Day7 그린피스

The Art of Donation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의 원제는 'The Art of Travel'이다.


Art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테크놀로지의 의미를 담고 있었고, 로마 시대의 Ars를 거쳐, 근대 프랑스의 Fine Art 개념을 담게 되었다. 미학적인 한편, 테크놀로지와도 연관된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책이 여행의 '기술'로 번역된 것에 무리가 없으나 프랑스인인 그의 책 제목에서 나는 여행의 '예술'이라는 뉘앙스도 같이 느낀다.


니체는 삶도 예술로 여겼다.


문화와 예술에서 환경으로 관심이 이동 혹은 확장되어 가면서 늘 사용하는 전기에 관심이 많이 갔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일광이 풍부한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과 관련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또 더 많이 갔다.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에 서울시에서 지원금을 보조하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알아보았다. 우리 집에 설치하기에 당시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의치 않아 실망하던 가운데, 전기 발전은 못하더라도 전기 사용이라도 현재보다 조금 더 절약할 길을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환한 형광등 천장등보다 은은한 백열등 전구로 부분 조명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전기료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었다. 새로 이사 올 때부터 전 주인이 설치해 확장한 베란다 쪽에 달려 있던 할로겐전구가 3개, 화장실 근처 부분 등이 1개 총 4개, 주방등과 스탠드 등이 백열 전구였는데, 까페나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내 주어 인테리어 효과는 좋았으나 전기 소모량이 상당했다. 지금처럼 LED가 디폴트로 자리잡기 전이었다. 


전통적인 전구와 할로겐 전구의 발열은 만지면 손이 데일 정도. 그렇지만 형광등은 취향이 아니었다. 조명기구와 난방기구를 겸하는? 문제는 인지했으니 이제 행동이 필요했다. 이미 달려있는 형광등은 두고, 백열등 전구와 할로겐전구를 수명이 길고 전기를 덜 먹는 오스람 전구나 LED 전구로 모두 교체하였다. 할로겐도 다행히 LED 할로겐이 시중에 나와있었다. 전구만 갈아 끼우면 되는 것이었다. 태어나 처음, 할로겐 전구를 교체해 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전기료가 매월 '만 오천 원' 가량이나 덜 나왔다. '매월'! 그렇게 절약한 금액, 어디에 쓸까? 그린피스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기부금 디폴트는 2만원부터 시작되었다. 직접 입력해서 1만5천원이라고 기입하고 엔터를 눌렀다. 그린피스 정기 후원의 기원이다.



한 가지 더. 

전구 교체를 하면서,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월 전기 사용량 before & after를 비교하여 일정량 감축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가면 감축한 양에 비례해 전기료를 깎아주는 것이었다. 

일거양득,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지구에 좋고, 나에게도 좋고. LED 전구 교체로 초기 전구값이 제법 들어갔지만, 이후 전기료로 매월 만 오천 원 가량 덜 쓰고, 격려차 시에서 전기세를 또 사천 원 가량 깎아줘서 합하면 매월 만 구천 원 정도 지출이 줄게 되었다.  전자인 LED전구 교체로 인해 절약된 전기요금은 그린피스 매월 정기 후원금으로 자동이체, 후자인 서울시 지원금은 일시에 들어간 전구교체비용 장기 할부(?)로 돌려 받는 것으로 책정했다. 2년 지나니 원금 회수(?). 의도하지 않았으나 전기세 감면 노력으로 나의 소규모 재정에서 추가로 지출되는 것은 없고 오히려 소소한 몇 천원이 더 생긴 셈이다. 보람은 가치를 셀 수도 없다.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다.


 The Art of 후원.


지금까지 이후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 전기료 항목을 찾아 볼 때마다 흐뭇하다


그린피스는 뉴스레터를 꾸준히 받아보고, 서명이 필요하면 거의 동참했다. 그러던 중 2015년(그러므로 나의 그린피스 후원은 적어도 2015년 이전이다. 정확한 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다에서 활약하는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인천항 정박에 맞춰 그린피스 후원자들과 시민들을 위한 선박 방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신청을 하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인천에 갔다. 다국적 활동가분들을 만나보고 배에도 올라가서 시설들을 둘러보고 항해실에도 들어가 보았다.




국내 활동가분들로부터 부산 광안대교에 올라가 인근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퍼포먼스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국적을 초월해 전 세계를 누비며 위험을 감내하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내는 후원금은 이런 벌금에도 사용될 터. 나도광안대교를 올라간 기분.


한국인 그린피스 활동가분


내가 태어나 유년기와 10대를 보낸 곳이 부산. 내가 사랑하는 부산이 원자력  방사선 피해 반경인 30km 이내에 들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멋진 외관을 자랑하는 광안대교, 그 높은 곳에 생명의 위협을 불사하고 올라가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친 히어로들. 한국도 아닌 부산도 아닌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분들이... 가슴이 뜨거워졌다. 


부모님을 따라온 애기들도 많이 보였다


그린피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NGO라 전 세계에서 후원이 도래하겠지만, 세계적인 환경 악당 국가인 한국의 환경단체는 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 한국 환경운동연합 소액 정기 후원으로 이후 작은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대신 그린피스는 뉴스레터를 읽고 요청이 올 때마다 열심히 서명하며 히어로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지 오래여서 내가 벌어들이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없고 다른 몇 군데도 후원 중이어서 한정된 재정에 기부금을 늘리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소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자동으로 이체되며 스마트폰에 고지되는 작은 금액과 시민단체 이름을 보면, 그리고 요청이 오면 매번 열심히 서명하고 또 그와 관련된 피드백을 받을 때면, 마음이 훈훈하다. 


시민단체의 활동가분들과 전세계의 시민들은, 열렬히 호응하며 멋진 공연을 펼치는 뮤지션과 청중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쓰고 있자니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힙합) 뮤지션의 관객을 향한


" 함성소리 이이이이~~! "



2015년 인천항에 정박했던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 호.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한국 해군 함정.





Tupac Remix - Over The Rainbow Ft. Israel Kamakawiwoʻole

https://youtu.be/WgUs686B86k


Impellitteri - Somewhere Over The Rainbow 

https://youtu.be/fsebbb_xT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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