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사태 초반에 선진국으로 알려진 서구권과 유럽에서 휴지 쟁탈전이 일어나 전세계에 보도되는 가운데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1. 상당 부분 한국이 더 선진국인 것 같다.
2. 휴지는 참 중요하구나.
물론 한국의 노동 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 이 모든 편리함을 누리는 사태의 이면이다. 배송 기사님들의 너무나 감사한 노고 없이 이 환경은 성립하지 못한다. 얼마전에 다행히 택배 분류작업을 배송작업으로부터 분리해 내고 수당을 더 지급하는 등 개선이 약속되었다. 너무 늦었다. 얼른 시행되어야 하고, 택배비도 당연히 올려야 한다.
휴지와 케이스
두루마리 휴지를 식탁에서도 사용하게 되면서 두루마리 휴지를 이원화한 바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케이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미음이 일었다. 휴지는 몸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케이스가 있으면 좀더 깨끗하고, 또 낱장을 분리할 때 편리함을 제공하므로 필요하다. 특히 두루마리 휴지는 선입견이 덧대어져 있어 케이스로 인한 이미지 변화가 필요했다.
1. 처음에 썼던 곽 티슈는 자체 외장 케이스가 있었고,
2. 냅킨은 냅킨 케이스를 구매해 썼다.
( 마트에서 구입했던 소포장 냅킨은 커피 필터 케이스같이 생긴 대략 120도 원주형 원목 케이스, 대용량 냅킨을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때는 일반 식당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생긴 정육각형 대나무 케이스)
두루마리 휴지 케이스는?
시중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두루마리 케이스가 있었다.
1. 캔 형태로 생겼는데, 휴지의 가운데 심지를 빼고 안쪽에서부터 휴지를 소용돌이처럼 빼 쓰도록 고안된 형태
2. 두루마리 휴지를 눕혀서 한쪽 끝을 가는 슬롯으로 빼 내어 쓰는 형태
3. 밑판 지지대 가운데 봉 형태
세 가지 모두 써 봤다.
1의 형태는 휴지가 약간 말린 형태로 순조롭게 잘 나오고 케이스가 휴지 전체를 감싸주어 잘 보호해주지만, 매번 가운데 심지를 제거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2의 형태는 플라스틱에서 양철, 원목에 이르기까지 가장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타입인데 두루마리가 케이스 안에서 돌돌 굴러야 하므로 얇은 휴지가 훨씬 무거운 몸체를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있어 사용하기 썩 편하지는 않았다.
3의 형태는 가장 심플하고 무난하지만, 외부로 돌출되어 있어 외부 먼지가 휴지에 내려 앉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
1과 2는 불편해서 사용중단하고 곽티슈로 대체하고 기증.
앞서 서술한 바 있듯이 이후 곽티슈를 사용하지 않고 냅킨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두루마리 휴지가 식탁에 오르게 되면서 3으로 귀결되었다. 몸체가 외부에 노출되지만 늘상 사용하는데다, 세워 보관하는 상태에서 양배추처럼 바깥에서부터 뜯어내는 외피이니 먼지 앉는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되었다.
동네 다이소 매장에 갔다가 원목으로 제작된 휴지 걸이가 있어 사왔다. 이 물건의 빛나는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좋은 점은 고무나무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용도 간단하고 편리했다. 이에 더해 포장이 정말 심플했다. 아니 포장이랄게 없었다. 상표는 고무 줄 한 가닥에 연결되어 있었다.
보통 물건을 사면, 온라인으로 주문 배송할 경우 박스에, 박스 위 송장에, 비닐 테이프에, 박스가 아니라면 비닐 봉투에, 그 봉투의 끝에 접착제에... 부가물이 더 많지만 그 물건 자체만 보아도, 박스에 완충재에 속 비닐에.. 등 상품을 완벽히 보호하기 위해, 요즘 소비자들은 깐깐해서 약간의 흠도 불허하므로,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 흠이 있는 상품이 도착하면 기분이 상하는 것은 인지상정, 포장이 물샐틈없다.
게다가 상표는 접착제로 잘 부착되어 있어 떼어낼 때 힘들 정도가 많고, 대체로 상표 자체도 플라스틱이거나 플라스틱 줄로 연결되어 있거나 한다. 그런데 이 두루마리 휴지 걸이는
1. 상품 몸체 나무
2. 종이 상표
3. 그 종이 상표를 몸체에 붙들어 매고 있는 노랑 고무줄 링 하나
끝.
큰 녀석도 마찬가지.
로컬 생산이 아니라는 면이 아쉽지만, 수입해 온 물건이라 탄소발자국이 길어진 면이 있긴 하지만. 너무나 간결한 제품과 포장으로 며칠 전 공표한, Best Product Award 의 유력한 후보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