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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Feb 01. 2021

Day13 커피의 매력

Coffee 주간

한국인 중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빨리빨리와 엄청난 경쟁 속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강렬한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가 잘 맞아서인지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른다. 시크한 드라이브 스루 스벅 모닝커피에서부터 점심 후 직장 근처 카페에서 직장 동료들과 한 잔, 등산 가서 최정상까지 보온병을 들고 가 양철 컵에 마시는 믹스 커피까지 그 스펙트럼도 넓다. 가끔,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어쩌다, 가는 여의도 이마트 매장의 커피 코너가 날이 갈수록 확장되고 고급화되어가는 것을 오랫동안 쭈욱 봐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글과 커피는 또 떼어놓기 어렵다. 내게 커피는 오감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물. 커피가 만들어지고 내가 마시는 순간까지의 감각은 공간이나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다소 멀리서부터 감각되는 시각, 청각, 후각에서 바짝 다가와야 느끼는 촉각과 미각까지. 각각의 감각이 모두 소중하고 즐겁다.



커피 가게의 멋있는 커피 머쉰이나 커피 드리퍼, 커피 캔이나 원두 자루, 각종 머그나 커피 잔 등... 실내의 테이블과 의자 등의 실내장식에 종이컵과 커피 자체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세련됨이 넘쳐난다. 커피를 내릴 때 이들 도구들과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의 시각적 연출은 큰 즐거움이다.


커피를 내리는 소리는, 증기 기관차처럼 가끔 스팀 소리가 나는 에스프레소 기계이든, 똑 똑 떨어지는 드리퍼 세트이든 기분이 좋다. 카페라면 매장의 커피 분위기 음악이나 그 사이의 기분 좋은 사람들의 웅성거림 등.. 커피를 둘러싼 소리 감각도 즐겁다.


내게 커피는, 다른 감각을 제외하고 향과 맛으로만 비중을 논하자면, 향과 맛이 반반 정도이다. 어쩌면 향이 반 이상. 향은, 은은히 공간에 배이기도 하지만, 잠깐이다. 커피는 식으면 맛이 달라져서, 물론 또한 상태가 좋은, 좋은 품질의 원두를 잘 내리면 식어도 맛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맛이 덜해서 향과 맛은 같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 향이 먼저 사라진다. 향이 사라지고 온기도 사라진 커피는 식은 탕약과 같아서 버릴 때도 많다.


커피잔, 그것이 도자기 잔이든 종이컵이든 전해지는 온기. 아이스커피라면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이중컵에서는 보기 힘들긴 하다-과 함께 전해지는 시원함.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종이컵의 질감과 함께 전해지는 온기이다. 사기 잔의 매끈한 온기도 사랑하지만, 종이 결의 미세한 거침이 껴지는 종이컵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애정을 가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환경을 생각하면 이는 아쉽지만 삭제 버튼 누르고, 도자기의 은근한 온기에 더 관심을. 투박한 도자기도 있고, 사실 종이컵은 홀더를 덧댈 만큼 높은 온도에 취약. 가만 생각해보면 자(나에게도) 타(당신과 지구에게도) 공히 해로우므로 해로운 측면에 관심을 좀 더 많이 기울이면 정이 떨어진다.


잘 내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좋다. 식후 커피는 식사를 정돈해준다. 쓴만, 신맛, 단맛이 모두 있고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 마시는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다음 작업을 위한 쉼표와 시작 버튼을 모두 내장하고 있어 만약 있고 싶지 않은 일터라면 인내심을, 있어서 고맙고 행복한 일터라면 활력을 선사해준다. 원두커피를 마시게 되면 내 취향에 맞게 원두를 선택해가며 조절할 수 있고, 창의성을 많이 발휘할 수도 있는 영역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창작해낸 넘쳐나는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커피. 이롭다, 이롭지 않다 의견도 분분하지만 명심해서 나쁠 것 없는 지혜는 과유불급,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아닐까. 환경을 생각하면 차가 커피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일상에서 느낀다. 하지만 커피의 매력이 너무나 크고 강렬해서 그 매력에 저항하기 쉽지 않다. 우선은 글로 그 즐거움을 기록하고, 충분히 만끽하고, (가능하면) 서서히 줄여가는 방향으로.


글쓰기는 매우 유익한 것이, 글을 쓰는 순간 즐겁고 이후 읽을 때 또한 즐겁다. 그 글의 대상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글이 소환해주어 내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커피가 옆에 없어도 커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 감각적 기억을 글 속에 봉인.


하여, 이번 주는 커피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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