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없는 식탁에서 저녁 한끼를 시작합니다

에필로그

by 해담
자극 없는 식탁에서
오늘의 마음을 기록합니다.




누구나 하루를 살아내고, 밥을 먹고, 제 마음을 지나친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른 감정의 결을 마주한다. 대단한 일은 아니어도 쉽게 넘긴 마음은 잔흔이 남는 법이다.


길었던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못해 답답했던 시간, 괜히 예민해진 저녁, 이유 없이 허기가 지던 밤, 집에 돌아왔는데도 마음은 어딘가 자리잡지 못하던 순간들. 그런 날들은 늘 크고 선명하게 남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딘가에 얇게 쌓여간다.


설명하기엔 애매하고 모른 척 넘기기엔 조금 오래 남는 감정들.


그 미세한 흔들림은 부드러운 달걀밥 한 그릇,

작은 두부가 떠있는 맑은 된장국,

간장에 살짝 구워낸 촉촉한 주먹밥 같은 한 끼로 조용히 가라앉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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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잘 차린 한 상보다 은은한 한 그릇이 더 필요한 저녁이 있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보단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저녁도 있으니까.


그럴 때면 한 끼는 단순할수록 좋았다.


식탁은 거창한 위로나 답을 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를 지나치지 않게 해줬다. 숟가락으로 국을 뜨고, 한 입 한 입 삼키다 보면 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조금씩 알아차리게 된다.




이 일기는 담백한 한 끼로 오늘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록이다.


회색빛 구름만 가득한 흐린 날도 있고,

평온하던 순간에 갑작스레 바람이 이는 날도,

연일 내리는 비 끝에 마음이 조금씩 개는 날도,

그저 햇살이 은은히 내려앉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그날 마음에 어울리는 한 끼를 준비해

나는 자극 없는 식탁에서 오늘의 마음을 기록해보려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이 정도의 온기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