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바라본 세상
배경음악. 백예린 [Square]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출퇴근길 대중교통은 늘 쉽지 않다. 만원 지하철에서의 신경전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어깨가 부딪히고, 숨소리가 섞이며, 한 칸 안에서 서로 밀어내고 겨루는 이곳은, 말 그대로 작은 생존의 장이다. 신체적, 정신적 근력이 필수이다.
특히, 키가 작거나 체구가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 힘든 싸움이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키 큰 사람, 덩치 큰 사람들과 마주할 때면 방어도, 공격도 여간 쉽지 않다. 한날도 그 신경전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다, ‘나, 왜 힘주고 있지? 이렇게 힘줘서 뭐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힘을 쑥 빼버렸다.
힘을 빼고 주변 공기를 가만히 느껴보았다. 그러자 상대방이 나를 향해 보내던 팽팽한 기운이 오히려 더 선명히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역시 내가 보내던 신호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는지 머쓱한 느낌으로 힘을 푸는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같은 극의 자석끼리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깨달았다.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네,
우리는 왜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거지.’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끼리 이렇게 치열하게 밀고, 당기며, 지하철 안에서부터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어차피 회사로, 학교로, 각자의 전쟁터로 달려가고 있을 뿐인데. 그곳에서 몇 시간이고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텐데, 왜 이 작은 공간에서부터 이렇게 애쓰고 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지하철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출근길과 퇴근길, 바쁜 시간대의 만원 지하철은 그 자체로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효율을 중시하고 성격이 급한 탓에 그런 관점에 더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길을 막고 천천히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다. ‘왜 저렇게 느리게 걸어? 빨리 좀 가지.’ 속으로 혼잣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천천히 걸어야 할 상황에선 반대가 된다. 급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환경에 들어선 것처럼 어색하다. 바쁠 때는 느리게 걷는 사람이 답답하고, 여유로울 땐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낯설다.
그렇게 상황에 따라 바뀌는 내 태도를 보고 있자니 참 우스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간사한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과는 다르다고 잠시 생각한 나 자신에게 웃었다.
그래도 나에겐 최소한으로 지키는 신념은 있다.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밀어내지 않는 것. 부딪히는 상황이 생길 때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아마 화장실이 급한가 보네.’
‘중요한 약속이 있나.’
‘오늘따라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인가 보군.’
그렇게 이유를 만들어주며 넘어가다 보면, 얄미웠던 마음도 금세 사라진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바쁜 거 아니겠는가.
우리가 매일 아침 만나는 이 만원 지하철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서로의 에너지가 부딪히고, 때로는 미워하고 짜증을 내며 지나가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힘을 빼고 주변을 바라보면, 부딪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하나의 작은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애쓰는 사람, 몸을 비틀어 서 있는 사람, 서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 애잔하면서도 재미있고, 애틋한 우리의 모습들.
삶도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힘을 살짝 빼고 주변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더 가볍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그 말을 시원하게 하고 싶다.
“우리 비슷한 처지인 거 같은데
거, 힘 좀 빼고 삽시다!”
배경음식. 달달한 설탕과 달걀이 올라간 토스트와 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