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순간들을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데 사용한다. 그리곤 자주, 쉽게 내뱉는다.
“왜 저렇게 살지?”
“그건 너무 철없지 않아?”
이런 생각 속에는 우리가 타인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무의식적인 확신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해석하고, 옳고 그름을 단정 짓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는 정말 타인의 삶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모든 사람은 각자만의 삶의 기준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 기준은 개인이 겪어온 경험과 환경, 가치관에 따라 형성된다. 어쩌면 나에겐 잘못된 선택처럼 보일지라도, 그 사람의 배경과 맥락 속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그 기준이 본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결론을 내린다는 데 있다. 각자 살아온 길이 다르기에, 사고와 행동의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다름보단 틀림을, 이해보다는 일원화를 택한다.
에피소드 1.
나는 한때 주변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판단하곤 했다. '왜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은 곧 '틀렸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내 기준에서 아니라고 여겨지는 건 곧 ‘잘못’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한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너도 네 기준으로만 보면 좀 고집스러워 보일 때가 있어.”
그 말에 순간 욱한 감정이 올라왔지만, 동시에 내가 무심코 타인에게 했던 평가가 떠올랐다. 나 역시도 그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내 기준으로만 그들의 삶을 단정 짓고 있었던 것이다.
에피소드 2.
나는 타인과의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깨달음을 자주 얻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단연 1위는 연인과의 다툼이다. 그날 우리의 언쟁은 작은 문제로 시작됐지만, 점점 감정적으로 번져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잘못이야. 너무 어린 생각 아니야?"
상대가 던진 이 말은 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뭐가 달라? 넌 늘 네가 옳다고 생각하잖아. 가르치려고 들지 마.”
우리의 말은 단지 상대의 의견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말이 상대의 경험과 가치관을 무시하며 얼마나 날카롭게 찔렀는지 몰랐다. 상황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긴 채로 끝이 났다.
그날 밤, 혼자 앉아 생각했다.
우리는 정말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했던 걸까
각자의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틀렸다고 단정 지으려 했던 건 아닐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불편러'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누군가에겐 웃어넘길 수 있는 일도, 그들에게는 불만과 트집을 잡는 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들만이 문제일까?
오히려 그 불편함에 맞서는 이들이 있을 때, 대화는 비난이 되고, 서로 간의 갈등은 더 고조된다. 우리는 불편러가 불편한, 서로에게 맞서는, 어쩌면 모두가 프로불편러일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동양 철학의 한 구절처럼, 진정한 앎은 상대방의 관점을 경청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여유와 겸손함이 필요하다.
타인을 존중한다는 건, 단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불편함마저도 수용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요즘 사람들은 개인화를 강조하면서도, 종종 획일화된 태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는 해야 어른이지.”
"아이 같고 철없는 행동이야.”
하지만 우리가 가진 기준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철없고 미성숙하게 보일 수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다만 타인의 세계를 무너뜨리거나 판단하려 들기보다는, 서로 다른 세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타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 각자의 기준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이 단순한 태도가 사실은 가장 어려운 성숙함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너나 잘하세요! 하지만, 나도 잘 살아보겠습니다.”
앞의 말만 들었을 땐 다소 공격적인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다.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와 성숙함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우리의 관계를 더 따뜻하고, 더 깊게 만들어줄 것이다.
난 앞으로도 계속 당신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으니까.
배경음식. 독립적인 맛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한 접시에 담긴 타파스플래터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들이 생각과 판단이 형성된 맥락을 탐색해야 한다. 쉽게 "그건 틀렸어"라고 말하기 전에,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아래의 단계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적용해 볼 수 있다.
- 인지: 그 사람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기.
- 탐색: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기.
- 기억: 그 사람의 배경과 시선을 존중하며 내 안에 저장하기
- 행동: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적합한 태도로 다가가기.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상대를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이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대신,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의 관점도 더 성숙하게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해는 단순한 관용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며, 동시에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