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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대화를 하고 싶나요

해담's 소로_그

by 해담
대화(對話, Dialogue)

대화란 단순히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다. 대화는 서로 다른 두 마음이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보이지 않는 간극을 메우고, 오해를 이해로 바꾸며, 관계를 더 단단히 엮는 유일한 다리다. 그러나 대화는 언제나 쉽지 않다. 감춰둔 서운함이나 오해를 말로 풀어내는 일은 때로 우리의 용기를 시험한다.




최근 들어 연인과 다툼의 빈도가 늘었다. 먼저 시비를 거는 쪽은 나다.


나는 사실 다툼을 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자꾸 다투냐고? 이유는 참 사소하다. 서운해서.



우리 관계는 계절을 두 번 보내며 더욱 깊어졌다. 이젠 문자 메시지 한 줄로도 서로의 감정 상태를 알아챌 만큼 서로를 잘 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갈등의 빈도도 더 잦아졌다. 작은 어조의 변화, 미묘한 말투 하나에 숨겨진 마음을 너무 쉽게 읽어버렸기 때문.


최근 연인은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여파로 이전보다 만나는 횟수도 줄고, 데이트를 하더라도 휴식이나 감정적인 교류보다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카페를 찾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마냥 이해만 되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쌓여버린 서운함이 소화 가능한 정량을 초과했는지, 작은 모래 알갱이 같은 상황만 더해져도 눈물이 차오르고 말았다.


며칠 전, 개인 일정이 취소되며 상대에게 이 사실을 공유했을 때였다. 예전 같으면 “우리 만나자!”라고 기뻐했을 상대방이 “만나야 하는 거지?”라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나는 멈춰 섰다.


예전이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말도, 2주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한 상황과 연이어 벌어진 작은 다툼들이 겹치니 내게는 돋보기로 확대되어 보이는 듯했다.



우리의 갈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과 정의가 다르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연애 초반, 난 연인이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걸 받아들였고, 나를 이해하려 했다. 반면 나는 사랑이란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를 설득하려 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위치는 역전됐다. 나는 더 좁고 개별적인 틀 안에 사랑을 가뒀고, 아주 작고 사소한 행위들에 집중했다. 상대는 밀도 높은 조각들이 모여 신뢰로 쌓여진 여유로운 사랑을 추구하고 있었다.



다툼 후, 우리는 대화를 했다.

나는 먼저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는 그 시간을 기다려줬다. 그리고 서로의 오해를 하나씩 풀어가며, 각자의 사랑 방식을 설명했다.


나는 서운함이 쌓였던 이유를 말했고, 상대는 자신의 변화된 사랑 방식과 일상 속에서 나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깨달았다. 사랑의 모습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다정함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대화는 단순히 갈등을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의 손을 내미는 과정이다. 서운함은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쌓이고, 이해하지 못한 감정은 오해로 남는다. 때로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대화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화는 감정을 풀어내고, 간극을 줄이며, 관계의 방향성을 되돌아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내면에 있는 마음과 감정을 전달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사랑, 우정, 가족 간의 유대까지도 결국 말로 이어지며, 대화 속에서 우리는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질테니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 사람이라 오늘도 고맙다.



번외.

“대화는 서로 다른 마음들이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나기 위해 건너는 다리다.”
우리는 그 다리를 통해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며, 관계를 성숙하게 만들어간다.


당신의 이야기가 사랑을, 신뢰를, 그리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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