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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머리 없는 사람은 없고, 센스 있는 사람은 있는 것

해담's 직장 소로_그

by 해담


일머리
: 일+머리의 합성어

일하는 방법, 노하우, 요령 등을 뜻하는 말. 보통 일머리가 '있다' 혹은 일머리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출처. 나무위키




요즘 스트레스가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머리가 없는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다.


참고로 이 글은 그런 감정을 쏟아내기 위함은 아니다. 다만, 협업 과정에서 최소한 이렇게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설적으로 말해볼 생각이다.



8년차 커리어

지금까지 나를 표현하자면 팔로워보다는 리더다. 나는 늘 능동적으로 일을 주도해왔고 팀장 역할을 오랫동안 맡았다.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팀을 이끌어가는 일이 익숙했다. 하지만 최근 이직 후 팀원으로 일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명확했고, 내 역할은 나에게 할당된 일을 무사히 완수하는 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협업이다. 내가 맡은 바는 무사히 수행했지만, 누군가의 실수는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나 역시 또 다른 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생각했고, 그러려니 흘려넘겼다. 하지만 난 성인 군자는 아니었다. 상황이 반복되고 다양한 빌런들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행하니, 그 순간부터 스트레스는 쌓이기 시작했다. 또 실수들은 왜 그렇게 다양하고 바보같은지. 뭐랄까. 행사로 멋들어진 사은품을 주길래 옳다구나! 구매했는데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무 문제없는 본품까지 욕하고 욕먹는 기분이다.


그러나 팀원인 내가 그들에게 직접 피드백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팀장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실수를 직접 바로잡을 수는 없다. 최소한 동등한 입장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칠 뿐, 그 이상의 문제는 팀장의 몫이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

일을 하면서 느낀 건, 그들이 가진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문제는 기본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에 있었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

1.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한다
긴급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 정작 중요한 일은 뒷전이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업무가 흘러가고, 결국 업무 생산성은 떨어진다.

2. 문맥과 의도를 이해하지 않는다
기획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지 않는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한다.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기대와는 다른 엉뚱한 결과물을 낸다.

3. 데이터 정확성을 간과한다
잘못된 자료를 사용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한다.
자연스레 결과물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이런 사람들과의 협업은 예측할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지며, 결국 주변 동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건 대단한 통찰력도, 타고난 센스도 아니다. 아주 사소한 태도 하나만 바꿔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문장부호를 업무에 적용하자

많은 사람들이 일머리를 ‘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게 맞을까?”라는 작은 의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멈춰서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머리를 기르는 세 가지 문장부호를 소개한다.


물음표(?)

모든 업무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작업 중에도 끊임없이 "이게 맞나?"를 되짚어야 한다.

모를 때는 작은 의문도 방치하지 말고, 바로 물어보고 해결하자. 동료에게 묻는 것은 절대 부끄럽거나 미안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괜찮겠지’ 하며 넘기는 태도가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쉼표(,)

바쁜 업무 속에서도 점검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서를 제출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작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오탈자가 있는 문서는 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협업 툴이나 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가독성을 고려한 문장 작성이 필요하다.

협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조금만 더 체크했더라면' 쉽게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


마침표(.)

하루를 마무리할 때, 혹은 프로젝트를 끝낼 때, 최종 점검을 게을리하지 말자.

"내가 놓친 건 없나?" "이게 팀의 목표에 부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를 해야 한다.

데이터의 정확성, 문맥의 일관성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에서 완성도는 높아진다.

이 작은 마침표들이 쌓여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만든다.



업무 센스는 노력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는 과정의 부실함에서 발생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의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문장부호, 아주 사소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센스 있는 사람은 물음표로 시작해 쉼표로 점검하고, 마침표로 마무리한다.
센스 없는 사람은 물음표를 무시하고, 쉼표 없이 달리며, 마침표도 대충 찍는다.




일머리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문맥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려는 작은 노력이야말로 팀의 성과와 신뢰를 결정짓는다. 작은 물음표를 놓치지 않고 그 답을 찾으려는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번외.

나는 과연 몇 개의 문장부호를 가진 사람일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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