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닮은 게 아니라, 다른 걸로 채워진다.

by 해담

난 늘 나와 비슷한 사람을 원했다.

취향도, 성격도, 삶의 방향이나 온도마저 닮은.


너와 난 처음엔 그런 사이라 느꼈다.

닮은 게 많았고, 그래서 끌린다고 생각했다.

몇 번의 계절들이 오가면서 깨달았다.

우린 꽤 많이 다르다는 걸.


같은 문제 앞에서 느끼는 감정도, 반응도, 정리하는 속도도 달랐다.

나는 감정을 말로 정리해야 마음이 편했다.

너는 감정보다 잘 이겨내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서로 다른 마음의 언어가 처음엔 어색했고, 가끔은 어긋났다.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한 시기엔 잦은 싸움이 되어 자주 마음을 할퀴었다.

그러다 조금씩 알게 됐다.

우린 서로의 결핍을 메우며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너는 긍정적이다.

문제가 생겨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다 잘 될 거야'라며 웃는다.

머뭇거리기보단 일단 부딪히고 보는 사람.


나는 다르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감정을 끌고, 끌어안는다.

이유를 파고들고 확인하는 사람.


너는 나를 현실로 이끌었고, 나는 너를 감정 속에 앉혔다.

너는 결정을 내리고, 나는 그 결정 뒤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나는 느렸고, 너는 빨랐다. 그럼에도 우리는 버텼다.

무너지는가 싶더니 그 속에서 서로의 넘치거나 모자란 부분을 조용히 채워갔다.


나는 가끔 네가 너무 뻗어나갈까 봐 걱정했고,

너는 내가 깊이 주저앉을까 봐 손을 내밀었다.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너처럼 살 수 없다.

하지만 그 다름이 우리가 함께일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 자리에서 서로를 통해 조금씩 각자의 형태를 바꿔갔다.


나는 원래 무르고 흐릿하다.

차고 흐르는 감정은 많은데, 꺼내는 건 왜그리 서툰 건지.

그런 너는 날카롭고 명확했다.

가끔은 그게 너무 매서워서 나는 네 곁에 서는 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너의 단단함이 내 마음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는 걸.


나도 몰랐던 사이에 너도 달라져 있었다.

무관심한 듯 무심한 네가 어느 날 내 기분을 먼저 물었다.

그 작은 변화 하나에 나는 하루 종일 마음이 울컥했다.

너는 조용히 내 감정의 틈으로 들어와 앉았다. 그리곤 느꼈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사실 넌,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연약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억지로 누르고 가두고 있었다.


나는 네 곁에서 감정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갔고,

너는 내 곁에서 말하지 않아도 내가 느껴주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너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나는 너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달랐지만, 조금씩 서로의 결을 맞춰갔고, 빈칸을 채워가고 있다.


사람은 닮은 게 아니라 다른 걸로 채워진다.

다른 걸로 채워지면 어느샌가 닮아간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말 없는 마음을

이렇게 읽히는 마음으로 너에게 건넨다.



이런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또 한없이 사랑해 주는 L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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