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버린 새까만 생존

한글로 한,시쓰기

by 해담
‘한글로 한, 시쓰기’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감정과 순간을 한글로 담아낸 시입니다.




하얀 눈이 온다


한때는 뜨거웠다가

이제는 새까맣게 식어버린 마음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말라붙은 말들, 식어버린 체온,

검게 그을린 기억 위로

하나씩,

둘씩,

하얀 숨이 겹겹이 포개진다


덮혀진 마음이 따뜻해질수록

조용히 녹기 시작한다


질척이는 소리도 없이

그저 스며들며 사라져 간 자리에

한때는 너무 뜨거워

모든 걸 태워 버린 흔적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차마 치우지 못했던 그 재 속에

아주 얇고 가느다란 불씨 하나가

아직 남아 있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마음은

모양만 달라졌을 뿐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바람이 너무 세지만 않다면,

조금의 숨을 보태 주고,

조금의 온기를 모아 줄 수만 있다면


이 재 위에서도

언제든 다시 불꽃은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무언가를 태우기 위함이 아닌

다시 한 번,

네 자신을 데워 주기 위해서

피어오를 수 있다는 걸

작가의 이전글사랑은 닮은 게 아니라, 다른 걸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