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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 Feb 07. 2024

허리디스크 환자의 이야기 - 두 번째

평생 갖고 살아야 할 내 허리

허리 통증은 여전하다.

여전히 나는 일한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일한다.


MRI 검사 결과를 듣는 래예약은 2월 5일이다.

검사를 하고 6일 후다.

그 6일이 얼마나 길던지.

6일 동안 얼마나 고생했던지.


아픈 사람만 알지 누가 알아주랴.

통증은 오로지 본인 몫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매일 아프다고 해봐야 징징거리는 사람이 된다.

사람도 예민해진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24년 2월 5일 재활의학과 외래 검사결과 확인


검사결과를 들었다.

이미 판독을 보고 대충 알고 있었다.


나는 결국 '추간판탈출'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완전히 찢어진 상태는 아니었다.

쉬면 좋다고 하여 진단서도 받았다.

진단서를 받고도 한참 고민했다.


'이미 인력이 없는 부서에 나까지 병가를 가도 되나?'

'나 하나 없다고 부서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못 쉬어서 증상이 더 심해지면 어떡해?'

'평생 이렇게 다리 아파서 다리 절뚝거려야 하는 거 아냐?'

'복대 하고 좀 더 일하면 나으려나?'

'평생 누워있을 것도 아닌데 그냥 일을 해야 하나?'

'하.. 아프긴 아파 죽겠는데...'


정말 지킬 앤 하이드 마냥 왔다 갔다 마음이 널뛰었다.



2024년 2월 5일 병가 시작


부서장님에게 찾아갔다.

고민하느라 조금 늦게 갔다.

딱 인계시간이랑 겹쳤다.

기다렸다.

앉을 수가 없어서 서 있었다.

좀 있으면 또 다리가 아파서 앉고 싶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통증이었다.

앉았다 섰다를 반복한 지 30분 후.

부서장님이 나를 불렀다.


사실 나는 병가를 못 갈 생각까지 했다.

인력이 없어 근무할 사람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서장님은 '아프면 쉬어야지.'라는 얘기로 면담을 시작했다.

안 그래도 계속 허리를 아파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던 나에게 위로가 됐다.

부서사람들에게 민폐일까 봐 눈치 보던 마음을 헤아려주는 면담이었다.


부서장님은 근무를 급하게 변경해야 해서 조급해 보였다.

근무가 바뀌지 않아 병가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약간 걱정됐다.

지만 워낙 일에 관련해서는 빠르게 해결하시는 분이었다.

결국 나는 병가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짧은 면담을 마치고 병가원을 작성했다.

동기와 후배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부서를 빠져나왔다.

마음의 짐을 덜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나 대신 일해주는 사람도 고맙다.

따뜻하게 병가를 시작했다.




이 허리를 갖고 평생 살아야 한다.

누구보다 내가 나의 건강회복에 제일 신경 쓴다.


아마 아픈 것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면  퇴사를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이 차갑지, 사람이 차갑진 않았다.

다들 병가를 쓰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매일 같이 내 안부를 물어주는 선배도 있었다.

걱정해 주는 후배들도 있다.

덕분에 퇴사보다는 빨리 회복해서 일터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허리 아프다고 평생 백수로 살 수는 없잖아?


최선을 다해 회복에 전념하려고 한다.

이제부터는 허리 재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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