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도 Feb 02. 2024

응급실, 이렇게 하면 쉬워요

응급실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

생사가 오가는 최전선 응급실.

응급실에서 어떤 일을 할까?

드라마에서처럼 피를 철철 흘리고, 의식이 없는 환자를 볼까?

당연히 그런 일도 한다.

그리고 의외로(?) '전화응대' 업무가 굉장히 많다.


응급실에는 '외부'에서 오는 전화를 받는 전화기가 있다.

현장에 있는 119 구급대원의 병원배정을 위한 전화,

119 종합상황실에서 오는 전화 등 업무적인 전화문의가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환자, 보호자에게 오는 전화가 많다.

문의사항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오는 문의들을 몇 가지 추려 얘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아이가 열이 나요.'

환자가 아플 때 의료상담은 119로 전화해야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환자를 보지 않았는데 전화로 '응급실에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답변하지 못한다.

응급실에서는 '불편하시면 응급실에 내원해서 진료를 보세요.'라는 답변만 가능하다.

선택의 결과에 대해 응급실 직원이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소아가 열이 날 때 의료기관 방문 전 해열제를 꼭 복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고열이 지속되면서 열성경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는 꼭 두 가지 해열제를 상비해두길 추천한다.

육아의 기본이다. 체온계와 해열제.

교차복용을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챔프시럽 빨간색(타이레놀계열), 챔프이부펜 파란색(이부프로펜)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챔프가 뭔지 알 것이다.

(챔프 바이럴 아님. 약국에 있는 해열제면 다 됨.)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3시간 후 이부프로펜, 3시간 후 아세트아미노펜, 3시간 후 이부프로펜......

3시간 간격으로 해열제 종류를 바꿔가며 교차복용해주면 된다.

고열이 지속된다면 당연히 병원진료를 받아야 한다.


결론은 아이가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고열이 지속되면 소아과를 찾아가세요.

경련을 한다면 119에 신고해 응급실에 가세요.



두 번째, '다쳐서 (신체부위)가 많이 찢어졌어요.'

길거리에서 어딘가 크게 찢어질 정도로 다쳤다면 아마 누군가 119에 신고해 줄 것이다.

집 안에서 다쳤다면 침착하게 깨끗한 수건으로 지혈을 한다.

술집과 같은 가게에서 다쳐도 깨끗한 수건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119에 전화해서 찢어진 부위를 얘기하고 '봉합'이 가능한 병원을 문의한다.

생각보다 봉합이 안 되는 병원이 많다.

이렇게 큰 병원에서 봉합이 안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통 의료인력 부족이 원인)

찢어진 상처는 24시간 안에 봉합하면 된다.

너무 놀라서 허둥지둥 아무 병원이나 가면 시간낭비일 수 있다.


단, 술을 마셨다면 술이 깨고 나서 봉합해야 한다.

취객은 봉합해주지 않는 병원도 있다.(소독은 해준다.)

술 깨고 재방문한다면 봉합해 줄 것이다.

물론 술 마셔도 봉합해주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지인피셜)


결론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쳤다면 119에 신고하세요.

움직일 수 있다면 119에 봉합이 가능한 병원을 문의하고 찾아가세요. 자차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세 번째, '사후피임약 처방 되나요?'

사후피임약은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처방 가능하다.

평일에 개인병원이 운영하는 시간이라면 개인병원에 가면 된다.

하지만 새벽시간이고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개인병원이 없다면, 응급실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주의사항, 남자친구 이름으로는 사후피임약 처방이 안된다.

당연할 것 같지만 이런 문의가 많이 온다.

사후피임약 처방 관련 문의 99%는 남자보호자가 문의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제가 처방받아도 되나요...?'

당연히 안된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의료혜택을 받은 불법행위이다.

민망해할 것 없다.

처방이 필요하다면 빨리, 본인이 오면 된다.

늦게 복용할수록 피임효과가 떨어진다.


결론은 다른 병원이 닫는 시간에 사후피임약이 필요하다면 빠르게 본인이 응급실로 방문하세요.



네 번째, '응급실 예약할 수 있나요? 언제 열어요?'

단호하게 얘기한다.

응급실은 예약이 없다.

그리고 24시간 365일 진료하고 있다.


예약을 하고싶다면 각 의료기관 예약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증상과 관련된 과로 예약해 줄 것이다.

혹은 원하는 과로 예약하면 된다.


결론은 응급실 진료를 받고 싶다면 언제든 직접 방문하세요.



다섯 번째, '다른 병원에서 치료 중인데 입원실이 없대요. 거기 가도 되나요?', '여기서 치료가 안된다고 해서 병원을 옮기고 싶어요. 응급실로 가면 입원이 되나요?'


입원이 필요하지만 병실이 없을 때 참 난감하다.

더 큰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싶을 때도 있다.

모종의 이유로 다른 병원에 가고 싶을 수 있다.

이런 고민은 현재 치료받고 있는 병원 의료진과 상의를 해보자.


타기관에 입원 중이라면(응급실에 있는 경우도 포함) '전원문의'를 하고 병원을 옮겨야 한다.

의료진끼리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계할 수 있고,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도 같이 보낼 수 있다.

그래야 병원을 옮겨도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무작정 오면 의료기관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해도 '의료진이 전원문의를 해야 합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가끔 '의사가 병원을 알아보라는데요?'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나도 참 난감하다.

그저 '의료진이 전원문의.....'라는 말을 반복해야 할 뿐이다.


결론은 타 병원 입원 중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면 해당병원 의료인에게 전원 하고 싶다고 얘기하세요.

그리고 해당 의료인이 전원문의를 하게 해주세요.



여섯 번째, '구급차 타고 가면 빨리 봐주나요?', '급해서 왔는데 언제 봐주나요?'

응급실에 오는 구급차는 119구급차와 사설구급차가 있다.

보통 사설구급차는 자택에서 오거나 타 병원에서 전원 오는 환자가 용한다.

혹은 타 병원에서 전원문의도 안 하고 일명 '밀고 들어오는' 환자도 있다.

119 구급차를 타고 오는 환자는 현장에서 119에 신고된 사람이다.


119에 신고했다고 해서 모두가 급한 환자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20대 단순 감기환자가 119에 신고해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런 환자가 119 구급차를 고 왔다고 빨리 봐줄까?

절대 아니다.


응급실은 '접수'순서가 아닌 '응급' 순서이다.

응급의 판단은 의료진이 한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도 있고 법령으로 정해진 기준도 있다.

'오죽 급하면 응급실로 오겠어요? 응급하니까 오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은 넣어두길 바란다.

그런 컴플레인은 진료를 지연시킬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해진 응급증상은 많다.

그중 몇 가지만 말해본다.

쉽게 말해 심폐소생, 심근경색, 뇌졸중, 의식변화 환자 등을 우선진료한다.

응급환자가 오면 경증환자는 순서에서 밀린다.


특히 명절에!

명절에 경증환자는 과밀화되지 않은 병원으로 찾아가길 바란다.

응급실에서 고생만 하다 갈 수 있다.

특히 빅5라고 하는 모두 알만한 큰 병원(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대. 신촌세브란스, 서울성모)은 카오스다.

응급실 입구부터 과밀화로 인해 경증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가시라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결론은 구급차를 타고 와도 응급한 정도에 따라 순서가 결정됩니다.

무조건 빨리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 여섯 가지 문의사항에 대해 얘기했는데 글이 길어졌다.


응급실은 가깝지만 멀리해야 좋은 곳이다.

나 포함,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건강하게 살자.

그러다 가끔 아프면 현명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해보자.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