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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5시 책상 앞, 쥬디스 그림일기

최종점검 실패

by 쥬디스 나은수

여행을 떠나면서 최종점검을 하다가,

출발 직전에 집을 며칠 비우니

전원을 끄고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을 떠올렸고

실천을 한 나를 스스로 칭찬하면서 여행을 떠났다.

평소에 플러그를 뽑는 절약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던지라

나는 속으로 좀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짐정리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하려고 냉장고를 여니 역한 냄새가 난다.

냉장고 전원까지 끄고 신나게 떠났던것이다.


멍청한 사람이 부지런하면 안된다고 하더니

정확하게 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질척질척 녹아 흐른 상한것들을 싹 치우면서

어쩐지 내 머리도 녹아흐르는 상상을 했다.

햇빛 바짝 드는 맑은날,

밖을 한참 걸으면서 바짝 보송보송 나를 말려

신선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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