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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알못의 게임로그 여담 8: 컨트롤러 이야기 2

BackBone Pro, 그리고 컨트롤러들

by 해도연

겜알못의 게임로그

M3 맥북 에어와 A17 Pro 아이패드 미니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스마트폰 부착형 컨트롤러인 백본 프로(Backbone Pro)를 구입했습니다. 이미 백본 원(Backbone One) 2세대를 갖고 있는 데다 사용 빈도도 높지 않았고, 무엇보다 백본 프로는 가격도 높아서 구입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만 5천 원(170달러)나 하더라고요. 최근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가로 잠시 23만 원까지 내려오긴 했는지 아무튼 비쌌습니다.


그런데 구글에서 얼마 전에 무슨 행사라도 한 모양인지 중고 장터에 백본 프로 증정 코드가 여러 개 올라오더라고요. 게다가 백본 홈페이지에서 평소에 3-4만 원 하던 배송료도 어째서인지 무료였습니다.

전액 할인된 BackBone Pro, 무료 배송.


그래서 5만 원에 백본 프로 증정 코드를 구입하고 백본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전액이 할인되더군요. 배송료도 없이니 사실상 5만 원에 백본 프로를, 그것도 공홈에서 새 제품으로 구입한 셈이었습니다. 같이 산 캐링 케이스가 오히려 더 비쌌어요.


아무튼 그리하여, 백본 프로에 대한 간단힌 리뷰를 써보는 김에 지금까지 구입한 컨트롤러에 대한 인상도 짧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었지만, 제가 게임 취미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절반 정도는 컨트롤러라는 입력 장치의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컨트롤러를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고요.


그렇다고 듀얼센스 엣지나 엑스박스 엘리트 컨트롤러 같은 대단한 걸 쓰는 건 아니고, 대부분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것들을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갖추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크게 종류를 나누면,


1. 엑스박스 무선 컨트롤러

2. 듀얼센스

3. 8BitDo 컨트롤러

4. 백본 컨트롤러


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1. 엑스박스 무선 컨트롤러: 내 손에 가장 편한 컨트롤러

카본 블랙, 스톰 클라우드 베이퍼, 20주년 기념 한정판, No Time To Play

○ 카본 블랙

처음으로 구입한 컨트롤러입니다.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의 도입부를 닌텐도 스위치로 슬쩍 플레이해 보다가 아이패드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했고요. 지금은 거실에 있는 애플TV용으로 가끔 쓰고 있네요.


스톰 클라우드 베이퍼

그저 예쁜(…) 컨트롤러가 갖고 싶다는 생각에 고른 물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아마 가장 오래 썼지만, 최근에 양쪽 스틱에 유격이 있달까 조금 헐거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흔히 겪는다는 스틱 드래프트는 아닌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컨트롤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쓸 때마다 거슬려서 요즘엔 예비용으로만 두고 있습니다.


20주년 기념 한정판 (지난글: 게임 중단, 그리고 WWDC)

형광 녹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반투명 검은 몸체가 너무 예뻐서 중고 장터에서 미개봉으로 구입했습니다. 수집 목적이 아니었기에 바로 뜯어서 사용했고요. 다 좋은데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특징 때문인지 표면이 다른 것에 비해 조금 미끌미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무그립이 있어서 미끄러질 일은 없지만, 위화감은 살짝 있더라고요. 지금은 서브 컨트롤러로 두면서 가끔 아이패드에서 쓰고 있습니다.


No Time To Play / Design Lab

엑스박스 디자인랩을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 기념 듀얼센스의 배색을 따라 해서 주문 제작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 기념 듀얼센스의 배색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아무래도 제 손에는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더 편하다 보니 그 타협안으로 구입했고,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지금 메인 컨트롤러로 쓰고 있고요.


2. 듀얼센스: 호기심과 아름다움

스털링 실버, 30주년 기념 한정판

듀얼센스 스털링 실버 (지난 글: 듀얼센스와 맥북 에어)

순전히 듀얼센스를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는 아무래도 엑스박스 컨트롤러의 어고노믹과 비대칭 디자인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을 뿐이고…. 결국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방치하다가 아래의 30주년 기념 한정판을 구입하게 되면서 중고로 팔아버렸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 기념 한정판 듀얼센스 (지난 글: 30주년 기념 한정판 듀얼센스)

처음 사진을 보자마자 이건 사야 된다! 고 생각했을 만큼 너무나 예쁜 디자인에 홀려버린 컨트롤러. 1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의 배색을 반영한 건데, 1세대는커녕 플레이스테이션 자체를 써 본 적이 없는 제가 이 배색에 빠지다니 참 신기한 일이지요. 발매 직후에 추첨으로만 판매되었는데 운 좋게 당첨되어서 구입했습니다.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손에 더 익숙해서, 지금 듀얼센스는 <레이어스 오브 피어>나 <풀스> 같은 템포가 비교적 느린 게임 혹은 <림보>나 <인사이드> 같은 조작이 단순한 게임에서만 쓰고 있습니다.


3. 8BitDo 컨트롤러: 어중간한 휴대용 컨트롤러

SN30 Pro for Xbox

SN30 Pro for Xbox

휴대용으로 쓰려고 구입했는데, 그냥 풀사이즈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버튼/스틱 배치도 대칭형인 데다, 솔직히 그립감이라는 게 거의 없을 만큼 너무 작아서 쓰기도 불편했고요.


8BitDo에서 여러 고품질 다기능 컨트롤러가 나오고 있는데, 모델이 너무 많고 모델마다 사양이 미묘하게 달라서 일일이 알아보는 게 너무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단순한 순정이 최고다… 하고 있습니다.


4. 백본 컨트롤러: 제법 괜찮은 휴대용 컨트롤러

백본 원 PS에디션 for iPhone, 백본 원 2세대(오른쪽), 백본 프로, 백본 프로 w/맥북에어

백본 원 PS에디션 for iPhone

지포스 나우를 쓰면 아이폰에서도 <바이오하자드 RE:2>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반쯤 호기심에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아이폰의 작은 화면으로 플레이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으로 장시간 이동할 때는 요긴하게 잘 썼던 것 같네요.


백본 원 2세대

스마트폰을 아이폰 13 프로(라이트닝)에서 아이폰 16(USB-C)으로 바꾸면서 역시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사용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는데…. 지난 출장 때 굳이 아이폰에 연결하지 않고 그냥 독립적인 휴대용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립감도 SN30 Pro 보다는 훨씬 나았고요. 다만 유선 연결만 가능해서 여기에 무선 기능만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백본 프로였지요.


백본 프로

백본 원과 백본 프로의 주요 차이는 (1) 무선 연결 지원, (2) 백 버튼 추가, (3) 그립감 강화입, (4) 풀사이즈 스틱입니다. 그 외에 트리거 구조나 버튼 재질도 달라졌다는데, 이것들은 크게 체감이 되는 정도는 아니네요. 진동 기능이 여전히 없는 건 좀 아쉽고요(다만 진동은 OneCast라는 앱을 쓰면 아이폰을 대신 진동시켜 줍니다).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독립적인 휴대용 컨트롤러로서의 기능이 완성되었고 그립감도 훨씬 좋아졌는데, 대신 크기가 커지면서 휴대성은 오히려 조금 줄어버렸습니다. 아마 배터리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풀사이즈 컨트롤러보다는 부담이 적습니다. 백버튼은 아직 제대로 쓸 일이 없었네요. 메인 컨트롤러에 없는 기능이다 보니 여기서만 쓰면 오히려 헷갈릴 것 같기도 하고요.


와이파이나 무선 테더링을 쓸 수 없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을 할 때는 OneCast라는 별도의 앱으로 맥북을 외장 모니터로 설정한 다음 백본 프로를 연결한 아이폰으로 플레이를 하는데, 진동 기능이 없는 대신 OneCast가 아이폰을 진동시켜주다 보니 화면만 보고 있으면 훨씬 나아진 그립감과 시너지를 이루면서 풀사이즈 컨트롤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이걸 운 좋게 5만 원에 샀으니 굉장히 만족스럽기는 한데, 과연 20여 만원을 주고 살 물건일지는 모르겠네요. 블루투스 지원 외에는 기존 백본 원에 비해 그렇게 결정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아서요. 중고로 10만 원 초중반대 정도라면 고민은 해볼 수 있겠지만요.


백본 프로 vs. 백본 원 크기 비교. 왼쪽: 본체, 오른쪽: 케이스

다만 전용 케이스는 휴대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커서 정말 괜히 산 것 같습니다. 정작 컨트롤러보다 더 비싸게 샀는데 말이죠. 그냥 다이소에서 별도의 주머니를 구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딴 얘기: 케이스

컨트롤러를 들고나갈 때는 그냥 가방에 쑤셔 넣는 걸 좋아해서 최소한의 볼륨을 가진 쉘 케이스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수요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케이스를 검색하면 대부분 평소에 끼워 쓰는 보호용 케이스이거나 큼직한 가방에 가까운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쉘 케이스는 일본 아마존에서 주로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쉘 케이스를 팔고 있더군요. 예전에도 있었는데 그냥 못 찾은 것일 수도 있고.

엑스박스 컨트롤러와 듀얼센스 쉘 케이스




지난 2년 반 동안 컨트롤러에 쓴 돈만 해도 60만 원이 넘더군요. 배터리나 케이스까지 더하면 좀 더 많고. 이 정도면 그냥 엑스박스 시리즈 X나 플레이스테이션 5를 샀을 가격이네요. 근데 그렇다고 콘솔을 샀었다면 이 컨트롤러들을 사지 않았을 거냐고 하면…. 글쎄요, 반 정도 줄어들기는 하겠네요.


어쨌거나 이제 컨트롤러는 좀 그만 사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 진짜로.


다만 유일하게 하나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게 있는데…. 8BitDo의 Ultimate Mini Wired Controller for Xbox입니다. 풀사이즈 컨트롤러를 조금 축소시켜 놓은 크기의 컨트롤러인데, 작은 가방에 집어넣고 다니기에 좋아 보이더라고요. 아무리 백본 프로의 그립감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아무래도 손맛이 조금 얇은 느낌은 있다 보니 않다 보니 은근히 눈이 가네요. 유선인 게 좀 아쉽지만요.

Ultimate Mini Wired Controller for Xbox


참고로 지금은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사일런트 힐 2>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다음 여담에는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해서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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