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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스 Feb 19. 2022

우리 마음속의 오리엔탈리즘

인도는 왜곡되었다. 네이버에 인도를 검색하면 뉴스에 뭐가 나올까? ‘혼례 중 신부 숨지자 처제와 대신 결혼한 인도신랑’(동아일보, 2021.6.3.), ‘SNS 친구 만나러 갔다가 집단 성폭행...끔찍한 인도’(국민일보, 2021.6.3.), ‘강간범에 피해자와 결혼 권유한 인도 대법원’(국민일보, 2021.3.5.), ‘인도 여대생 강간범, 성폭행은 피해 여성에 더 큰 책임’(동아일보, 2015.3.3.). 인터넷을 뒤져보면 인도 기사에는 이렇게 부정적인 뉴스가 많다. 내 주변 사람들도 ‘코로나19 인도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했다거나, ‘인도 하루 확진자 몇만 명’이라던가, ‘인도인들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소똥을 온몸에 바른다’와 같은 이상한 기사만 찾아와서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그러면서 ‘왜 너는 이런 이상한 나라를 공부하느냐’고 묻는다. 이옥순 교수의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푸른역사, 2002)을 읽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 책을 읽어보면 서양인이 인도와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만든 수법 그대로 우리가 인도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구의 논리가 우리 내부에 스며들어온 것이다.


19세기 영국은 인도를 미개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래야 인도의 가치를 낮추고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꿀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간다. 그런 오만함으로 인도인을 다신교를 숭배하는 미개인으로 만든 것이다. 힌두교나 불교, 혹은 유교가 기독교보다 미개한 종교라고 말할 수 없다. 간디는 『마하바라타』의 윤리를 내세워 인도인을 통합하고 위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고, 유교란 기독교보다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국가 통치 방법을 제시한 학문이란 것을 서양의 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베버가 말한 프로테스탄트 윤리 못지않게 동아시아를 세계적 강국으로 만든 힘은 유교에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서양의 동양에 대한 연구는 자신들의 지배 논리로 만든 것이고, 기껏해서 식민사관으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지배에 대한 정당성을 갖기 위해 동양을 서구에 비해 열등한 이미지로 그려낸 것이다.


현재에도 오리엔탈리즘 흔적은 많이 남아 있다. 미국영화 속에서 아시아인을 유순하고 말수가 적은 배역이나 북한공작원과 같은 부정적인 배역으로 한정되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 혹은 성적 횡포를 부리는 인종으로 그린다. 그것은 백인이 동양인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 준다. 현재 우리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복제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식민지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정치ㆍ경제적으로 발전하자, 우리는 서구인의 눈으로 인도 사람들을 무시하며 바라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을 복제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인도를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 요가를 하는 신비주의 나라라고 기술하는 방식은 오래된 전통을 가졌고, 그런 관점에서 인도의 참 모습과 멀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구원을 얻기 위해 ‘갑자기’ 인도로 간다. 송기원의 주인공은 이혼하고 잡지사를 그만둔 뒤에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인도로 가자!’고 결정한다. 강석경의 두 주인공 문희와 주원도 한국에서 ‘허위적인 결혼 생활을 탈피’하려고 각기 인도로 떠난다. 은희경의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의 강선배도 갑자기 직장을 내버리고 캘커타로 떠난다. 모두 위기와 절망의 순간에 내적 갈등을 해결하려고 사회적 책임과 억압이 없는 인도로 도망가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 인식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과 인도를 바라보아야 한다. 무비판적 서구 추종을 하다 보면 세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지 못한다. 유럽의 사상을 우월한 것으로 만들자 한국이나 인도의 사상이나 고유한 것들은 미개한 것이 되고,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서양의 담론들만 몸에 걸치게 된다. 우리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리의 주체성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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