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도의 중요성 이해하기
2020년 푸네는 내가 알던 인도가 아니었다. 릭샤를 Ola나 Uber로 잡을 수 있었고, Zomato라는 앱으로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시켰다. 7년 전 누나와 뭄바이에서 살 때, 거리에서 릭샤를 잡으려면 손을 들고 "오토!"라고 소리쳤고, 맥도널드 햄버거나 KFC의 치킨을 사 먹으려면 Infinity mall까지 직접 가야 했다. 그런데 푸네에서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앱으로 주문하면 그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버다빠우(Vada Pav) 같은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사람들이 현금을 내기보다 Paythm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고 결제를 하는 것이었다.
ola, zomato 외에 다른 앱들이 출시되었나 해서 찾아보았다. 너무나 많은 앱들이 있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이 브런치에서 소개하는 앱은 총 18가지다. Amazon을 통해 계란, 과일, 닭가슴살 등을 구매하면 종이백에 담아 배달해 준다. Zepto에 주문하면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20분 이내로 총알처럼 배송해준다. Bigbasket에서는 상품을 다음날이나 일주일 내로 원하는 시간대에 배달해 준다. 앞에서 잠시 소개했던 Zomato에서는 아이스크림, 피자, 스파게티, 초밥, 한국식 양념통닭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Uber/Ola에서는 택시 예약이 가능하다. MakeMyTrip에서는 호텔과 항공권 예약이 가능하다. Paytm/PhonePe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송금하고자 하는 상대의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한 후 비밀번호를 누르면 상대방 계좌로 돈이 이체된다. 그 외에도 퀵서비스나 세탁 같은 것도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다양한 앱이 출시되어 음식을 주문하고 릭샤를 부르고 송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인도는 유럽이라는 대륙만큼 커다라 땅이라는 점이었다. 특정 지역에서 A라는 앱을 사용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지역에 가면 또 다른 앱을 찾아 사용해야 한다. 식료품을 배달시키는 Zepto는 뭄바이, 벵갈루루, 델리, 구르가온, 첸나이, 푸네, 콜카타 등에서 사용이 가능했지만, 벵갈루루, 푸네, 하이데라바드에서는 Redbus 앱을 사용해야 했다.
인도는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이 많다. 그것은 일부분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잘못된 인식이다. 인도는 13억 인구를 가진 대국이고, 우리나라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중산층 이상의 물질문명을 누리며 살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IT 강국이라 인도인들이 판교의 테크노벨리에 많이 왔을 정도다. 그런데 인도는 21개의 지역어를 표준어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용어가 영어가 되었다. 어쩌면 영어를 사용하기에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쉽고 세계 최첨단의 생활방식도 함께 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인도인의 교육열은 한국인 못지않다. 무엇보다 인도에서 살아남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기가 어렵지 않다.
나는 그런 나라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인도의 신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온 세상에 퍼지기 시작했고, 인도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4월부터 사람들의 통행이 금지되었고, 인도 경찰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도로에 나오는 것을 차단했다. 우리 여행객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간신히 필수품과 식료품을 구입해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나는 코로나로 인한 lockdown 때문에 한국 전세기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대학에 입학도 못한 채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지만 뭔가 실감이 잡히지 않았고 신바람이 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1학기를 마치면서 다시 입시를 준비해 2021년 한국외대 인도학과에 들어갔다. 내가 결정한 일이 잘한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그 상황에서 인도유학을 중지한 것은 부득이했다. 게다가 나는 군대를 다녀와야 했다.
작년 신입생 때 인도학과 수업 중 ‘인도 교양 입문’을 들었다. 과제 중에 ‘인도 지도 그리기’가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인도 지도에 대해 찾아보다가 김응기라는 분의 페이스북을 발견했다. 그분은 인도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북인도에 라면 붐을 일으키기 위해 ‘Wang 라면’을 만들고 있었는데, 실제로 나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을 만나는 일은 미래에 인도시장 진출을 꿈꾸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했다. 특히 그분은 『인도 출장 가이드』라는 책을 썼는데, 나는 그 책을 사서 읽고 그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리는 2021년 11월 겨울에 만났다. 김응기 대표는 만나자마자 “인도 지도를 안 보고 그릴 수 있겠니?” 하고 물었다. 그분은 그런 질문을 몇 가지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씀해 주셨다.
적어도 인도 지도를 보고서 남인도엔 어떤 주가 있는지, 북인도에는 또 어떤 주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인도는 주마다 종교도 다르고 기후도 다르고 생활풍습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다. 어느 지역은 이슬람교도가 많아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다른 어느 지역은 자이나교도가 많아 대부분 채식을 한다. 그러면 식당의 메뉴도 달라진다. 채식 식당에 가 탄두리 치킨이나 치킨카레를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각 지역마다 차이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를 공부하되 하나의 시선으로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그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라.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라. 만약 자신이 가야 할 지역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그 지역만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라. 인도의 어느 주는 우리나라보다 더 크기 때문에 각각의 주들의 특성을 살펴야만 오히려 인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인도 전체를 알려고 하면 자칫 천문학적인 자금만 들어가고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나는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요즘 인도에도 한류가 유행인데 한국기업이 인도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다. 푸네에서 김치볶음밥, 닭강정, 떡볶이를 팔고, 수제 햄버거 집에 ‘한국식 햄버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때 한국에 대한 인도인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진 것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 노래나 한국 드라마가 유행한 건 맞지만, 그것은 인도에만 유행한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유행했기 때문에 들어온 걸 거야. 인도는 한국에 별 관심이 없어. 다만 세계적인 유행에 관심을 갖지. 보라고. 인도 거리에는 여전히 중국식, 일본식 음식이 많으며 한국이 그것을 따라잡자면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어.”
“인도인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생각하고 생활하다 보면 찾아낼 것이 많을 거야. 인도신 화도 이해하고, 관습과 습성도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들어갈 필요가 있어.
나의 미흡한 정보 때문에 우리의 인터뷰는 이런 정도로 끝났고 뭔가 명확하게 배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인도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도에서 몇 년간 살았다고 인도를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았던 뭄바이와 푸네의 거리와 풍습을 조금 알 뿐이다. 인도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인도에 접근하면 인도를 아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나는 인도에 대한 전략을 바꾸었다. 앞으로 인도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탓하고 그들에게 분노하기에 앞서 나부터 인도를 제대로 알자, 나는 그런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