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타버리던 시절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환경운동 하시는 분이세요?”
나는 아직도 그 질문 앞에서 잠깐 멈칫한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나는 자연에게 빚을 진 사람이다.
한때 나는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작품과 무대 위에 있었다. 대기업, 대공연장, 유명한 뮤지컬과 페스티벌. 사람들은 그 시절의 나를 이렇게 불렀다.
“잘 나가는 PD.”
“능력 있는 감독.”
수많은 조명과 사람, 박수 소리 속에서 나는
내가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빛나는 게 아니라 타들어가고 있던 시간이었다.
늘 당연한 듯 주어진 마감,
“이번 거 망치면 다음은 없다”는 압박,
보이지 않는 줄 세우기,
성과로 사람을 재단하는 문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소진되고 있었다.
무대 조명은 뜨거웠지만,
내 안의 등불은 점점 약해졌다.
사람에게 기대고, 사람에게 매달리고,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많이 맞추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참았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만 중요해졌다.
그리고 결국,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