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레기를 줍게 되었을까?

괴물을 만나다

by 해관

온통 회색이던 세상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짙은 색을 띠었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오직 고요한 어둠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6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존재와 함께 있었다.

사람도, 위로도 아닌, 외로움의 괴물만이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 괴물은 조용히 내 곁에 붙어 걸었다.

말이 없었지만 항상 내 옆을 차지했고,

언제부턴가 나를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조금씩 밀어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는 절벽이 있었다.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 하나 없이

그저 그 괴물과 함께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이상해졌다.

말은 절반쯤 흐린 채 흩어졌고, 숨은 이유 없이 거칠어졌고, 생각들은 서로 닿지 않은 채 흩어졌다.

어떤 날은 역병이 올 거라고 말했고,

어떤 날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고 했다.


그보다 더 이상한 건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머리를 갑자기 여러 색으로 염색하고,

평소에 미뤄두었던 행동들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끝내야 할 일처럼 해치웠다.

돌이켜보면, 나는 조용히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면회가 금지된 폐쇄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나는 계속 도망치려고 했다.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누가 들어주지도 않는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의사 앞에 앉았다.


부모님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기 때문이다.

그 울음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의사는 차분하게 종이를 넘기며 말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거나 정신질환입니다.

심리검사 결과 단기 정신병적 증상,

그리고 편집적 사고 경향이 의심됩니다.

가장 큰 요인은 가까웠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입니다.”


검사는 계속되었다.

결론은 조현 양상 장애,

그리고 양극성 정동장애였다.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이런 이름들이 내 몫이 되었는지,

왜 갑자기 내 삶에 이런 단어들이 들어온 건지,

그 어떤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오고,

그다음 날 밤이 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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