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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광 Feb 19. 2022

기억을 들여다 보는 일

어떤 기억의 정리

克이라고 쓰고, 극복할 극, 이라고 읽는다. 극복, 이란 한자어는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자어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극복, 이라는 의미를 극복이라고 쓰지 않고 다른 한자를 사용한다.

극복하다, 의 극 자는 본래 사자가 돌도끼와 같은 무기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어 으스러뜨리는 만드는 장면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친형을 사자에 비유한 시를 쓰기도 했다.

또한, 한국외대에 다니던 대학교시절에는 IVF라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다닌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엔가는 노트북에 사자 배경 화면을 띄운 여학생을 IVF 동방에서 본 장면이 기억 속에서 살아 있기도 하다.

가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라는 소리를 넋두리처럼 해 버리기도 한다. 내게도 넋이 있다면.

사는 걸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작은 감각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더 많은 신경을 써줬다.

이를테면, 카페나 도서관이나 대구대의 비즈라운지 같은 장소에 가면, 노트북을 이용해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 노트북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나는 조금 낯선 느낌과 감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 그것을 하나의 새로운 지각으로 여기고 그런 카테고리 안에 넣어 두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어느날엔가는, 남매지에 있는 카페에서 윗층으로 올라가며, 각 층의 문을 열고, 구경을 하려다가, 문에 다가가서 문을 열려고 할 때에, 그 순간, 의도적으로 제한된 시야 안에 들어가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을 통과하는 내 자신을 보았다.

그 카페의 1층 입구 근처의 약간의 여유 공간(protrusion)에는 인형들이 놓여져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형들은 나처럼 문을 열고 드나드는 일의 순간적인 충족감을 모르겠지. 태양처럼 늘 같은 루틴을 반복하고, '문'을 여는 일 같은 일상의 작은 차이 같은 것은 모르겠지, 라는 생각이 나열적으로 들었다.

공간의 구조는 입체적으로 층을 이루고 있었지만, 입구 근처의 여유 공간에 놓인 인형들을 보고 나서, 나는 어떤 중요한 암시를 받은 기분이었다.

인형이란 것은 무엇, 자연에 대한 배반이자 이끌림, 사랑, 푹신함, 편안한 감정, 잠과 꿈 등 잡다한 것들이 뒤섞여 있는 서랍을 열 때의 기분.

문을 門, 또는 중국어 간체자로는 门이라고 쓴다.

문은 문 사이로 보이는 공간에 대한 느낌을 드러낸다. 나타낸다. 좁은 문틈으로 더 넓은 공간을 보게 되는 느낌. 문, 이란 글자 자체가 일상의 작은 감정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0개의 카테고리와 117개의 사이트.

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원 시인의 시편에 그런 행들이 있었다.

존재는 깊어지지도 않고, 얕아지지도 않는 현상 유지의 겉모습, 평균적인 외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을 끊기 전엔 존재는 그저 '존재'일 뿐이겠지. 평균과 일반에 대한 감각. 그러나, 서로 연결된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그건 역시 '존재'에 육박한다.

레인 익스페리먼트,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인터넷에 자신의 분신으로서 프로그램을 남기고 자살한 여학생의 '존재'를 좇는 이야기처럼.

내가 클릭을 하지만, 클릭은 어느 순간 '존재론적으로' 나를 넘어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존재보다 더 존재 같은 느낌. 하이퍼 존재.

그렇게, 작은 감각과 지각들이 어떤 시간 속에서는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존재가 삶을 내쫓고, 존재는 있는데, 삶은 살기가 힘들어지는 분열.

그 분열 속에서 내 존재는 내 삶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나는 오늘 먹고 싶지가 않다.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은 삶이 무료할 때 단식을 해봤다고 한다.

나는 죽음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데, 먹는 것은 다른 것의 죽음을 먹는 일이다.

내가 작은 것들에 관심을 보이는 모오든 것들을 먹는다는 행위는 너무나 비루하고 비참하고 무의미하게 만든다. 죽음 앞에서.

목욕탕에서 서혜부를 슥슥 닦는 일은 너무나 아름답지 않다고, 어떤 수필집에는 그런 문장이 있었다. 그런 文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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