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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광 Feb 21. 2022

별다방을 떠나는 시


대구대 정문 근처

별다방의 뒷모습은

노랑색일까,


손잡이의 문쪽으로 붙은 상태로,

노랗게,


남겨진

호주머니 속의

흑백으로 된 영수증의 기억의 색일까,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고 나면 흩어졌다가

검정색을 보면 캄캄하게 되살아나는 기억,


그러나 진하고 선명한 빨강과 파랑을 보면

다시 순간적으로 흩어지고 마는,


노랗게 말라붙은 풀이 자란 땅을 밟으면

사각사각 눈을 밟는 것 같기도 하고,

웨하스를 처음 씹을 때의 느낌 같기도 하고,


필요한 것들을 다 하고 난 뒤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중요한 것들을 나열해 본다


누군가에게 내 시집을 선물하거나,

어떤 여성에게 꽃다발을 쥐어주거나,


아직도 시인이라고

누군가에게 시집을 선물할 생각을 다 한다고,


내 안의 내가

바나나처럼 나를 까버린 후,


어쩌다

별다방을 하루에 6번 스쳐지나간

날은 마셔버린다,

발걸음이 닿은

어딘가에 나의 종이 빨대를 꽂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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