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발달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통해 변화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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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유래 없이 빠른 것 같다. 그런 탓인지 트렌드와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고, 서점가에서 트렌드를 다루는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트렌드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활용하기 위해 이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트렌드/변화를 이해하는 원리를 제시하는 책들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올해 1월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적었다.
그래서 지금 이글에서 트렌드와 변화를 이해하는 원리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트렌드와 변화는 인간의 발달 과정, 인간의 성장 과정과 닮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인간발달에 대해 인류가 파악한 기존 이론들을 통하여 트렌드를 이해하는 프레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프레임을 터득했다면 트렌드를 예측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우선은 변화의 대상, 주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연히 주체나 변화의 대상의 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의 발달에 대해서 전통적 접근법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인간을 바라본다. 주체가 되는 우리 '인간'이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있다. 그리고 발달적 변화를 구조의 성장, 기능의 향상, 환경에 대한 적응력 증가로 바라보았다. 전통적 접근에서는 좀 더 성숙한 형태로의 변화로만 바라보았다. 발달의 지향점은 성숙이며 노화의 지향점은 죽음이라고 가정했었다.
트렌드에도 이러한 이해를 적용할 수 있다. 우선 주체와 주체의 환경으로 분리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관여하게 된다. 주체는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한다. 그렇다면 트렌드는 언제나 한 방향성으로 성장하고 성숙하기만 한 것일까? 이어서 다룰 전생애 접근법에 의하면 "아니오"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다.
전생애 접근법에 의하면 모든 연령에서 발달은 성장과 감소가 동시에 진행된다. 아동의 경우 대개 성장하는 방향으로 발달이 진행되나 감소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인기에는 많은 부분들에서 점차 감소로 기울지만 모든 능력이 전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중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 발달을 일률적 성장 또는 쇠퇴의 도식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인간 발달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발달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성질은 발달하고 어떤 성질은 후퇴할 수도 있다. 트렌드 역시 다중적인방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은 인간 발달이 성년기까지 성장만 하고 중년기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노년기에 감소한다는 생각이 잘 못 되었듯이,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어떤 제품의 트렌드가 성숙기까지 성장만 하고, 성숙기 이후로 안정적으로만 유지되다가 쇠퇴기에 들어 감소하기만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개인차 역시 고려의 대상으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노인은 점점 해박한 지식과 지혜를 가지지만 어떤 노인은 점차 기억력이 감퇴하고, 건망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 트렌드 속에서도 개별 주체 사이의 개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개성 말고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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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과정에서 인간은 다양한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인간은 환경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하고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간의 발달 과정은 과거와 다르지만, 당대 사회적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경기 침체, 베이비 붐, 전쟁, 독립 같은 인문사회적 환경뿐만 아니라, 상대성이론, 스마트폰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과학기술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인간발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기 시각이 다른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간 다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트렌드의 주체 역시 마찬가지나 노령화, 대체 에너지 기술의 발달 같이 인문사회적 환경과 과학기술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이들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트렌드의 주체는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싶다면 환경이라는 맥락에 대해 고찰하는 것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으며 트렌드를 이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들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인문사회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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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발달이 유전에 의한 것인지, 환경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매우 널리 알려진 논쟁이다. 극단적인 유전적 영향력과 극단적인 환경적 영향력을 주장한 이 논쟁에서 심리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라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렌드 주체의 정체성과 주체의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알고 싶은 트렌드가 있다면, 관련 대상의 정체성과 그 대상의 환경을 파악한 뒤, 이 정체성과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렌드를 이해가 위해서는 트렌드라는 현상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트렌드의 주체, 하나는 환경이다. 단계적으로는 첫째, 주체의 정체성과 환경에 대한 파악. 두 번째, 주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파악이 되겠다.
"주체(정체성) X 환경 => 트렌드"
붙이자면,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에는 인문사회적 이해와 과학기술적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이해하고 싶다면 관련된 분야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니 인문학과 과학기술 사이에서 싸우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이다.
<참고한 책>
발달심리학: 전생애 인간발달, 정옥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