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필명으로 쓰는 해이 가 무슨 뜻이냐고.
"헤이? hey?"
"그 해이하다의 해이?"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났다.
아니, 인사도 아니고, 정신이 해이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조금은 다르지만,.. 사실 다 맞기도 하다.(아무렴 어때, 내가 지은 건데)
이 이름은 이미 있는 단어는 아니다.
사주책을 펼쳐놓고, 부족한 기운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직접 만든 이름이다.
내 사주엔 불(火)이 없었다.
그래서 불의 기운을 품은 글자가 필요했다.
그때 고른 게 '풀 해(解)'
묶인 걸 풀고, 막힌 걸 열어주는 글자였다.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글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
사람 마음의 매듭을 끌러내고,
꽉 조인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그리고 '기쁠 이(怡)'
그건 따뜻하고 다정한 글자였다.
'해'가 풀어주면, '이'가 그 자리에 평안을 놓아주는 듯했다.
그래서 두 글자를 붙였다.
"해이(解怡)"
묶인 것을 풀어내어 기쁨으로 바꾸는 이름.
가끔은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그럼, 정신이 해이하다는 그 해이요?"
"네, 맞아요. 근데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
예전엔 늘 바짝 긴장한 채 살았다.(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스스로 만든 기준들 속에서 묶여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조금 해이해져야 숨도 쉬고, 웃음도 난다.
느슨해진다고 무너지는 건 아니더라 이 말이다.
오히려 풀려야 단단해진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이름이 꼭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해이'라는 두 글자 안에는
사주의 빈 곳을 채워주는 불의 기운도,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도 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너 MBTI 뭐야?" 묻는다.
"INFP, 열정적인 중재자야."
(사실 세 가지가 번갈아 나오기는 한다. INFP, ISFP, INFJ)
그러면 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줄 알았어."
INFP는 조용하지만 속이 뜨겁다.
겉으론 온유하지만, 마음 안에는 언제나 불꽃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 줄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에 오래도록 머무는 사람.
그래서 늘 남의 마음을 느끼고, 대신 아파하고,
그걸 글로 녹여내며 살아간다.
세상은 현실적으로 살라고 하지만, 나는 늘 의미를 찾는다.
돈이나 효율보다, "이건 진짜 나다운가?"를 먼저 묻는다.
그게 INFP의 고질병이자 선물이다.(영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때로는 완벽을 꿈꾸다가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진심 덕분에 내 글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것은 아닐까?
이름 '해이(解怡)'와 성향 'INFP'
둘은 닮았다.
묶인 마음을 풀어주고, 그 자리에 조용한 기쁨을 남기는 사람.
불의 기운이 부족하지만, 대신 마음의 불로 세상을 비추는 사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해이하게, 그러나 아주 진심으로 산다.
단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해이한 마음으로 글을 쓰면, 언젠가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풀어주겠지.
종종 들어왔던 필명에 대한 질문과 MBTI에 대한 질문을 설명하려다 보니 조금 길어졌습니다.
길고 지루하셨겠지만,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