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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중독되어 버렸다.

달콤함이 가져다준, 인생 중독

by 해이



"하암-"

하품 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어른의 삶이란 이렇게 지루할 줄을.


집, 회사, 집, 회사.

진저리 칠 만큼 단조롭고, 너무하다 싶을 만큼 고되기만 한 나날이었다.

그러는 동안 내 안의 감성은 모조리 말라버린 줄 알았다.

정확히 하자면 "눈물", "좌절"이라는 감정 외의 감성 말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이라는 클리셰에 걸맞은, 건조한 인생.

(물론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설령 그것이 목숨이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들이 잔혹동화의 원천이었다 싶을 만큼이었다 라면 믿을까.)



철없던 20대 시절,

졸업도 전에 먼저 취업한 친구를 부러워했다.

'힘들어도 좋으니 빨리 취업하고 싶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시건방지고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공부할 때가 좋은 거야."라는 말을 흘려듣던 나를,

세상은 잊지 않고 아주 참혹하다 싶을 만큼 교육시켜 줬다.


취업이라는 이름의 사회에 몸을 던진 순간부터,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미성년자"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안전하고 달콤한 보호막이었는지를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20대, 30대를 지나며

아직도 멎지 않은 태풍 속을 비틀거리던 나에게,

어느 날 문득 하나의 단어가 내게 찾아왔다.

브런치.


별생각 없이 클릭했던 그 공간이 나를 서서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니 잠식하기 시작했다.


라이킷 하나에 들뜨고, 댓글 한 줄에 심장이 뛰었다.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글을 쓰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취미'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중독이었다.


퇴근 후 아니 업무 중에라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란 힘에 부치기가 일쑤였고,

알림이 울리지 않으면 그 허전함이 어마어마했다.

하루의 마무리를 맥주 한 캔이 아닌, '발행하기' 버튼으로 대신하게 됐다.


누가 알았을까.

내 인생에 이렇게 달콤한 마약이 숨어 있을 줄을.


브런치에 중독된 이후로 내 일상은 더 이상 하수구에 빠져버린 듯한 신세가 아니다.

물론 여전히 삶은 지옥이고, 월급은 턱없이 모자라지만

이 공간만큼은 나를 살아 있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한 줄을 쓴다.

끊을 수 없는, 아주 고약하고도 아름다운 마약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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