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빼빼로가 가져온 햇살

작은 우연의 연속

by 해이





출근길의 버스 안은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멀지 않아, 늘 남들보다 늦게 집을 나선다.
창밖엔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고, 버스 안 좌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뒷문 바로 옆자리.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언제나 그 자리를 좋아했다.
잠시의 상념에 빠져 창문가에 머리를 기댄 순간 시선 끝에 검은 카드지갑이 눈에 들어왔다.
의자와 벽 사이에 끼어 아무 눈에도 띄지 못했던 듯했다.


안을 열어보니 학생증과 체크카드, 주민등록등본, 그리고 현금 오만 원이 들어 있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그 돈은 결코 가벼운 액수가 아니었다.
그러기를 잠시, 이런 나 자신이 우스워 입꼬리를 접어 올리며 학생증을 꺼냈다.
2009년생의 어린아이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찔리기라도 한 듯 이마가 따가워졌다.


학생증에 적힌 학교 이름을 검색해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지갑을 주웠다고, 혹시 주인에게 전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놀란 목소리로 내 연락처를 받아 적으며 학생에게 꼭 전달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학생의 연락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괜스레 걱정스러워 다시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오전에 받았던 선생님은 이미 퇴근하셨고, 학생들도 모두 하교를 마쳤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와 함께 내 연락처를 한 번 더 받아갔다.

얼마나 놀랐을까 싶은 아이의 마음이 자꾸 걸렸다.
부모님께 혼나진 않았을까, 혹은 아직 지갑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인 12일 오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어리고 또렷한 목소리였다.

"제 지갑을 보관하고 계시다 해서 전화드렸어요."
"학생, 번거롭겠지만 혹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줄 수 있어요?"
그 아이는 오후 1시쯤 오겠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회사 로비의 현금인출기에서 만 원을 뽑았다.
생색이라기보다는, 놀랐을 어린 학생에게 따뜻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오후 1시 반쯤, 회사 건물 앞에 학생이 도착했다.
교복 차림의 통통한 소년이었고,
얼굴에는 가을 사과처럼 붉은 여드름이 돋아 있었다.
부끄러웠는지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웃으며 지갑을 건네는 내게 그 아이는 잠시 쭈뼛거리더니 가방에서 빼빼로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웃음이 났다.


나는 학생의 동그란 손 위로 지갑과 함께 미리 준비해 둔 만 원을 쥐여주었다.


"다시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 잘 가요."


아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빨개진 귀, 떨리는 손, 어색한 어깻짓, 그리고 빼빼로 한 통.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도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했다.
어제는 그저 지갑을 주웠을 뿐인데, 오늘은 누군가의 마음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다.
친오빠는 10만 원을 보내왔고, 지인들은 립밤과 고기, 머그컵, 커피를 선물했다.

게다가 브런치에서는 내 글 <은정토스트&떡볶이>가 브런치활동 중 처음으로 메인에 올랐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 하기엔 묘하게 이어져 있었다.
잃어버린 지갑을 주운 날, 작은 인연이 생기고, 그 인연이 빼빼로로 돌아왔으며,
그 모든 일이 내 생일이라는 하루 안에 다 들어 있었다.


융숭한 대접도, 화려한 파티도 없지만 올해의 생일은 그 어느 해보다 달콤하다.
세상이 나를 아주 살짝 챙겨준 하루.
내가 건넨 마음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 하루.


창밖으로 가늘게 햇살이 떨어진다.
그 빛이 잠시 내 자리 위에 멈춰 선다.





오동통한 그 학생은 빼빼로의 너구리와 많이 닮아있어 웃음이 났다


사랑해요 브런치 / 인생 첫 메인 장식❤






저 착한 일 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좋은 일은 퍼뜨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의 작은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스함으로 다가갔길 바랄게요.


생일 축하해 주신 많은 작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단 말씀 전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자축 #선한영향력을주고싶었어요 #빼빼로소년 #고마워요

#생일축하감사합니다 #사랑해요브런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