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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다.

소심한 관종 끝판왕

by 해이



나는 겁쟁이다.
귀신이나 도둑을 무서워하는 그런 겁쟁이는 아니다. (물론 그것도 무섭긴 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내 글이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그걸 매일 고민하고 걱정하는, 그런 겁쟁이다.

타고난 성격도, 자라온 환경도 소심 쪽에 가까워서
나는 늘 타인의 시선을 유난히 의식한다.
그래서 글 하나를 올리고 나면 며칠 동안은 모든 신경이 거기에 쏠린다.
다른 일을 해도, 밥을 먹어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지금쯤 누가 내 글을 읽고 있을까?’
‘혹시 누가 구독취소를 누르진 않았을까?’
‘조회수는 늘었을까, 줄었을까?’
별것 아닌 숫자 하나에도 마음이 널뛰기를 한다.

고시원연가를 쓸 때도 그랬고,
새 연재물 은정떡볶이를 발행하면서도 여전히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심지어 댓글 하나에도 마음이 출렁인다.
‘정말일까?’
‘이게 진심일까, 예의일까?’
그 한마디를 곱씹으며, 나는 또 내 글의 문장들을 붙잡고 고쳐본다.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누군가 내 글에 반응하면 그 흔들림이 두려워진다.
좋다고 말해주면 들뜨고, 모른 척 지나치면 괜히 상처받는다.
글을 쓴다는 건 용기와 뻔뻔함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라는 걸
요즘 들어 절실히 느낀다.

나는 종종 내 글이 세상에 나가면,
그 글이 나를 대신해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마치 발가벗겨진 내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기분이다.
누군가는 예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나치며 흘끗 볼 뿐이다.
그때마다 내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그야말로 난리다.

이런 나를 볼 때마다 ‘참 유치하다’ 싶다가도,
곧 다시 ‘이게 나다’ 싶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마음,
그게 결국 나를 이렇게 소심하게 만든다.
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여전히 사랑받고 싶다.

글을 쓸 때면 늘 혼자이지만,
그 혼자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들어와 있다.
그 눈을 피하려 애쓰면서도, 동시에 그 눈을 찾아 나서는 나.
참 모순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모순이 나를 글로 이끈다.

나는 앞으로도 내 글에 있어서는
계속해서 두려워하는 겁쟁이일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좋다는 말 한 줄에도 밤새도록 마음이 설레는 그런 겁쟁이.

그래도 괜찮다.
그 마음이 있다는 건 아직도 내가 글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 불안과 설렘이 결국 나를 다시 키보드 앞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겁쟁이지만 용기 내서 쓰고,
부끄럽지만 또 애교 부리며 말할 거다.

“제 글, 많이 사랑해주세요.” (찡긋)


#보름달님 #소원을들어주세요 #크리에이터뱃지하나만 #굽신굽신

#브런치만세 #작가님들모두 #즐거운연휴 #보내세요

#고시원연가 #은정떡볶이 #어때요?#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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