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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Dec 21. 2022

하룻 저녁만의 홍보 촬영, 뒷 이야기

없는 살림에도 굴하지 않기

2022년 해일막걸리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바로 체험 프로그램 프리뷰 진행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목표한 만큼 참여자를 모집해야 했고, 홍보를 위해선 이미지와 영상이 필요했죠.


오늘은 아이폰 한 대라는, 소박한 살림을 가지고 어떻게 홍보 촬영을 진행했는지 그 후일담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가능한 일정은 단 하루, 주어진 시간은 오직 4시간, 가진 건 아이폰 한 대. 저희에겐 최대한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사전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상황을 설정했어요. 퇴근 후, 따뜻한 장소에서 막걸리를 빚고 서로 나누며 맛있게 먹는 그림을 상상했죠. 실제로 체험 프로그램의 첫 번째 컨셉이 퇴근 후 막걸리를 빚으며 힐링하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막걸리를 빚는 순서를 떠올렸습니다. 쌀을 씻고, 불리고, 찐 다음 누룩과 버무리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발효를 마친 다음엔 채주를 하고요. 채주 된 막걸리를 예쁜 잔에 담아 마시는 것까지 찍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이 모든 게 해일막걸리의 체험 프로그램 안팎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상황과 순서가 정리되니 어떤 씬이 필요한지, 등장할 준비물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저희만의 스토리보드를 만든 다음, 새로 설거지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끔 촬영 순서를 재배치했습니다.


다음 차례는 적당한 촬영 장소를 찾는 거였어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이용했고, 다행히 합리적인 가격대로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조리도구도 갖춰진 파티룸이라 소품을 세팅하는 데도 편리했어요. 또 이미 조명이 강한 곳이라 따로 조명 연출을 할 수 없는 저희에게 행운이었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주방이죠?


촬영 장소 대관비는 지원사업 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먹는 씬'에 필요한 음식들은 지원이 되지 않았어요. 안타깝지만 예비비로 마련한 예산은 부족했고, 원래 그렸던 푸짐한 한 상은 차릴 수 없었죠. 그래서 동네에서 1인분씩 파는 모둠전과 보쌈 도시락을 포장해 왔습니다. 이 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나름 테이블을 채울 수 있었어요.


모든 짐은 바리바리 싸서 어깨에 짊어지고 갔어요


촬영 당일,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씬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소요 예정 시간이 기록된 큐시트를 가지고 계획대로 행동했어요. 저녁 겸 촬영하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휴식하는 시간까지 미리 계산해 놨죠. 


쌀 불리는 시간 동안에는 미리 가져간 막걸리를 채주하고, 음식을 세팅해 막걸리와 안주를 즐기는 씬을 찍었습니다. 쌀을 찌고 식힐 동안에는 야외 촬영을 다녀왔어요. 완성한 막걸리를 들고 퇴근하는 모습은 촬영 장소 바로 앞 골목길에서 찍었습니다. 저희가 나가니 갑자기 오토바이와 차가 많이 지나가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무사히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게 착착 수월히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폰 배터리가 부족해 중간중간 충전하면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갓 채주한 막걸리가 탄산이 강해 들고 다니던 와중 흘러넘치기도 했죠. 또 완성된 밑술을 담을 통을 깜빡해 급하게 짐을 뒤지고 옮겨서 빈 통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조이는 갓 퇴근하고 와서, 해일은 짐을 이고 지고 오느라 중간에 잠깐 방전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처럼, 어떻게든 좋은 영상과 이미지를 뽑아내겠다는 생각 하나로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촬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아래처럼 광고용으로 사용할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어설프고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요, 오히려 다행히 예쁜 사진들을 건졌다고 생각해요. 고생한 보람도 느끼고요. 


언젠가부터 '성장'이라는 말이 강요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촬영을 통해선 정말 성장을 경험한 것 같아요. 가진 자산이 많지 않아도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함과 뚝심을 키운 것 같거든요. 촬영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경험한 덕분에 촬영 현장 자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나중에 외주를 맡길 때도 사전 계획과 디렉팅을 더 잘할 자신이 생겼어요.


자본금이 없는 예비 창업팀, 초기 창업팀으로서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은 언제나 소중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괜히 설레보며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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