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라지만 많은 욕심이 붙은
'막걸리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하자!'라고 결심은 했지만 곧바로 실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 역시 세심한 기획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애써 만든 프로그램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란 예상이 더 무섭고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나의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정성을 쏟는 대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IT 서비스나 제조업에서는 프로토타이핑이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토타입을 넘어서 더 간략한 프리토타입이란 개념도 생겨났죠. 사례가 너무 많아서, 주어만 바꾸면 되는 어떤 간단한 실험 공식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체험 프로그램의 프로토타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쉽게 알 수 없었죠.
그래서 그 당시 독서 모임에서 읽고 있던 여러 경영 서적을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이론을 실전으로 옮기기로 한 것입니다.
저희가 실제로 회의를 하면서 붙였던 포스트잇을 공개합니다. 프리토타입, 프로토타입, 고객 피드백 순으로 마일 스톤이 나열되어 있죠.
저희의 프리토타입은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 사전 모집 게시글이었습니다. '해일막걸리 브런치 평균 방문자 수의 15%는 사전 신청을 할 것이다'라는 xyz 가설을 세우고 프리토타입의 결과를 될 놈 척도에 기록했죠. 결과는 시장 실패의 법칙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었습니다.
프리토타입을 개선해 한 번 더 게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바로 프로토타입 제작으로 넘어갔습니다. 어쨌든 무조건 실패하는 아이템은 아니었으니까요. 법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전통주갤러리와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자문도 받았고요. 스토리텔링이라는 USP를 살리기 위해 포스트잇 점 투표도 실시했습니다. 투표 결과 두 개의 스토리로 후보가 좁혀졌고, 하나를 A, 다른 하나를 B로 두고 둘의 만족도 결과를 비교해보기로 했죠.
사실 갈수록 프로토타입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붙으니까 과한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완성된 프로토타입은 쌀 씻기부터 채주까지 막걸리 만들기의 전 과정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무거운 프로토타입이죠. 하지만 이렇게 체험을 강조하고 싶은 우리의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모객을 시작했습니다. 정식 프로그램이 아닌 프로토타입이기에 프리뷰 할인을 진행했죠. 광고를 시작하자마자 메타 계정이 정지되는 등 수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결국 목표했던 16명 중 14명의 최종 참여자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체험 프로그램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