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체험 프로그램 진행 후기
드디어 12월 둘째 주가 되었고, 해일막걸리의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도깨비 막걸리 만들기'와 '봉왕딸의 조선 제일 막걸리 만들기' 두 가지 컨셉으로 총 4일 동안 진행되었어요.
프로그램의 진행 순서는 '쌀 씻기 → 고두밥 짓기 → 고두밥과 누룩 버무리기 → 채주하기 → 다과상'으로 동일했지만 컨셉에 따라 메인 스토리는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봉왕딸의 조선 제일 막걸리 만들기'는 짝사랑하는 백총각을 구하기 위해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어야 하는 봉왕딸의 이야기였어요. 참여자들은 각자 이야기 속 마을 주민이 되어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한편, '도깨비 막걸리 만들기'에서 참여자들은 바리데기 공주를 돕는 조력자로 분했어요.
쌀 불리기와 고두밥 식히기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난이 생기면 다 같이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거나, 봉왕딸의 타임 트래블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했죠.
참여자 분들이 가장 좋았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은 고두밥과 누룩을 버무리는 시간이었어요. 저도 경험해봐서 알지만, 이 시간이 참 힐링이 되거든요. 주무르다 보면 점점 물을 먹는 고두밥이 신기하고, 효모가 깨어나면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가 기특하고요. 내 손으로 술을 빚고 있다는 게 가장 실감 나는 단계죠.
저희도 참여자분들이 때로는 까르르 웃으면서, 때로는 진지하게 술을 버무리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반면,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밑준비였어요. 요령이 없어서 매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쌀을 이백 여번 씻었죠. 찜기도 작아서 1인분씩 찌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그 모든 준비물을 짊어지고 한 시간 거리의 공유주방까지 가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지하철 계단에서 끙끙대는 저를 보고 선뜻 같이 짐을 들어주신 분들께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다음 프로그램부터는 조금 더 영리하게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게 이고 지고 가져온 쌀과 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고단한 마음이 말끔히 씻겨 내려갔습니다. 고두밥 찌는 모습을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시고, 갓 지은 고두밥을 시식하며 맛있다고 말해주실 때면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어요.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엉성했던 다과상을 보시면서 '우와'하고 좋아해 주실 때면 그저 감사했고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더 고마웠습니다. 다과상에는 해일이 직접 만든 술지게미 잼도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술지게미 잼이 신기하고 의미도 좋다며 칭찬해주셔서 어깨가 으쓱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응원을 보내준 많은 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체험 프로그램 예약을 열자마자 1등으로 신청해주셔서 자신감을 선물해주신 분, 프로그램 뒷정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캐리어를 같이 들어준 분, 깜짝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워와 준 분, 솔직한 피드백으로 우리의 미래를 같이 고민해준 분들까지. 모두에게 고마움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빌려 밀린 마음을 말해 봅니다.
해일막걸리의 체험 프로그램은 곧 돌아옵니다.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