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창업 트랙 후기
해일막걸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모두 2022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합격 덕분이었어요. 만약 그때 심사에서 탈락했었다면 저는 바로 창업 대신 구직을 선택했을 거예요. 해일막걸리는 꿈으로 묻어둔 채로요. 그래서 오늘은 반년을 함께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창업팀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지원까지의 과정은 하지만 창업할 돈이 없는걸요?와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사업계획에서 읽으실 수 있으니 이번엔 그 후 이야기를 담아볼게요.
제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멋진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 뵐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취향에 맞는 전통주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로컬리커 대표님, 로컬 콘텐츠를 대중화하고 이야기를 기록하시는 비파이브 대표님, 서울과 평양 등 도시의 숨겨진 모습을 재발견하는 CDC 대표님,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힐링을 선물하는 느린연필 대표님 등 각자의 비전과 활동이 반짝거리는 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CDC 팀과 느린연필 대표님과는 육성사업 워크숍 때 팀을 이뤄 관광 상품 모의 개발을 했었는데요, 서울 홍제동과 연희동을 잇는 워킹 투어로 2등을 했답니다! 세 분과는 아직까지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
두 번째로 육성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건 자신감과 감사함이에요. 막걸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과정부터 실제 고객 여러분을 만났던 테스트 프로그램 진행까지 모두 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거든요. 특히 테스트 프로그램에 예산을 많이 쓸 수 있어서, 저희 팀이 하고 싶었던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주안상을 모방한 다과상부터 나중에 완성된 막걸리와 같이 즐기기 좋은 선물까지 모두 참여자분들께 드릴 수 있었죠.
참여자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도 행복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어떤 지점에서 참여자분들이 만족하시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실제로 운영하게 될 프로그램에 큰 도움이 됐어요. 구성은 조금 달라지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기간은 해일막걸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지원서에 작성한 소셜 미션은 '우리의 땅과 전통을 이어나간다'였지만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었고, 저희의 사업 모델은 제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을 받았었거든요.
해일막걸리를 더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더욱 정제된 언어를 찾아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해일막걸리는 환경과 전통, 그리고 사람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브랜드이고, 레스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양조장이 되려 한다는 것처럼요. 자원 순환 모델을 도입한 도심형 막걸리 양조장이라고 하면 잘 와닿으시려나요. 이 단어들을 찾기 위해 6개월을 달려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일막걸리는 이번 2023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 트랙에 도전합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준비하지만, 물론 저희의 메시지와 의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탈락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하지 않으면 0%, 하면 1%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처럼 행운을 빌며 실천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