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도전, 또 도전!
아시다시피 해일막걸리는 환경과 전통, 그리고 사람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죠. 여기에 또 한 가지 가치를 더한다면 그건 로컬로 하고 싶었어요. 스토리텔링형 막걸리 체험을 진행하는 만큼, 지역성을 살린 이야기를 들려드린다면 더 재미있는 체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또 막걸리도 지역색을 살린다면 지역 주민 분들에게도, 타 지역 거주민 분들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해일막걸리는 열심히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도전했던 사업은 로컬인서울 사업이었는데요, 서울 내 다섯 가지 상권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모집하는 과정이었죠. 저희가 선택한 상권은 구로구 오류동 상권이었어요. 오류동 일대는 이전에 오류골 주막거리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죠. 막걸리와 아주 잘 맞는 역사문화적 배경 아니겠어요!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 오류동 답사도 다녀왔고요.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지만 바들바들거리면서 인근 부동산에 들어가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했어요. 오류동 주막 역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형 막걸리 체험이 눈에 띄었거나 혹은 답사까지 한 노력이 가상했던 것인지, 운 좋게도 높은 서류 경쟁률을 뚫고 면접 심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면접 심사 경쟁률이 4:1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면접장에서 대기를 하는데, 심사실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에서 "양조장", "현재 월 매출이 X00만 원인 양조장", "막걸리" 등등의 단어가 들려왔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졌구나 싶었습니다. 같은 막걸리 양조장이라면 누가 봐도 바로 상품화가 가능한 팀을 뽑을 테니까요.
마음을 비우고 심사장에 들어갔고, 역시나 막걸리를 배운 기간이 짧은데 사업을 해낼 역량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체험을 진행할 역량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지만 탈락이라는 감이 왔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은 로컬과의 적합성을 어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로컬인서울에서 고배를 마시고, 새해가 되어 전국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뽑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이번엔 서울 양천구를 골라 사업 계획서를 작성했어요. 양천구는 제가 사업장을 열 지역으로 염두했던 곳이기도 했고요, 에코 시티를 지향하는 시의 방향성이 친환경 양조장을 지향하는 저희와 잘 맞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양조장을 주제로 사업계획서를 적었습니다. 레스 웨이스트를 위한 여러 가지 액션 아이템도 기술했고요, 양천구와 자매도시인 순천시의 쌀을 쓰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적었죠. 하지만 로컬과의 연결성이 부족해 보였던 탓일까요? 이번엔 면접 심사도 가지 못하고 서류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서류 탈락을 했던 곳은 또 있었는데요, 바로 인천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인 렛츠로컬인천이었습니다. 인천의 쌀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골자였고, 문화 복합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로컬과의 연결성이 부족해 보였나 봐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죠.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인천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인 아이로컬 사업이 떴고, 저는 탈락했던 렛츠로컬인천 사업 계획서를 발전시켜서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이번엔 강화 지역에 집중했고, 강화섬쌀을 깊게 파고들었죠. 운이 좋았던 건지 엉성한 사업계획서임에도 서류에 붙을 수 있었어요.
면접 심사는 바로 어제였고, 경쟁률은 1.5:1이었습니다. 날카로운 질의응답에 이번에도 마음을 내려놓고는 있지만 로컬의 가치를 섞겠다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해일막걸리가 어디에 자리를 잡게 되던지 말이에요.
저는 으리으리한 공장형 양조장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동네에서 쉽게 놀러 갈 수 있는 양조장, 옛날 동네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면서 막걸리를 빚는 경험, 지나가다 들러서 막걸리 한 잔 하고 갈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로컬에 스며들고, 로컬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전히, 꿈은 점점 더 커지는 중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아이로컬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데요, 발표 결과에 따라 조금 쉬어갈지 아니면 신나게 달려갈지 정해질 것 같아요. 신나게 달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도 어쩔 수 없죠! 단지 해일막걸리의 성장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죄송할 뿐이에요. 하지만 천천히 가도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글을 남겨봅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