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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Jun 21. 2023

떠나요 제주도 술 기행

좋은 술, 좋은 사람들!

올여름부터 새로이 시작하게 된 탁약주 전문가 양성 과정에는 제주도 양조장 현장 학습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복잡함은 서울에 잠시 놔두고, 제주로 떠날 수 있었죠. 지난번 새벽 비행기를 놓친 경험이 너무도 아찔해서, 이번에는 꼭 제시간에 일어나리라 베개를 팡팡 치며 잠들었답니다.


다행히도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무사히 제주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의 첫날, 가장 먼저 니모메로 유명한 제주샘주에 방문했답니다.



아쉽게도 제조 작업 중이어서 양조장을 견학하지는 못했지만, 제주감귤피로 만든 니모메부터, 제주 전통주인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을 시음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표님이 우리 술과 양조장을 지키기 위해서 지난 십 년 동안 어떻게 버텨 오셨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니모메는 저처럼 달달한 술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려요! 차갑게 먹으면 정말 상큼하게 술술 들어갈 것 같아요 :)


다음은 전통주는 아니지만 제주 하면 떠오르는 제주맥주에 견학을 갔어요. 저는 막걸리만큼 맥주를 좋아하는지라 무척 설렜죠. 제주맥주의 인기만큼 거대한 양조 시설 장비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가이드 분이 알려주시는 제주맥주의 생생한 경험담도 인상 깊었어요.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 술이 잘못 나와서 애지중지 만든 술을 몽땅 버려야 했다는 창업 초기의 이야기는 양조인들이시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제주맥주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맥주 시음이었는데요! 생맥주가 아니라 캔맥주로 나와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시원하니 맛있었어요. 말로만 듣던 쉰다리도 살짝 맛볼 수 있었고요. 마침 원하던 거멍에일이 떨어져서 라거로 바꿔 먹어야 했는데, 전 라거도 좋아해서 제주맥주에서 보낸 시간이 전부 즐거웠어요!


짧았던 하루는 싱싱한 회와 치킨으로 마무리하고 이튿날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작년 제주에서 교육을 들을 때도 한 번 방문했었던 시트러스였어요. 오랜만에 공장장님을 뵈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공장장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시트러스를 책임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트러스는 반년 사이에 바뀐 게 참 많았어요. 작년에는 아직 시공 중이었던 거대 증류기도 정상 가동되고 있었고요. 혼디주의 라벨도 그새 바뀌고 마셔블랑이라는 신제품도 나왔더라고요! 특히 혼디주는 작년에 시음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맛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마셔블랑도 상큼한 와인 느낌이라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아요.


시트러스 견학을 마치고는 바로 인근에 있는 주류제조면허지원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많은 질문을 해야 할 곳이죠. 역시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지난번 교육 때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공간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유익했어요.



특히 저는 주류전시관이 인상 깊었는데요, 과거 주류의 라벨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옛 주류 라벨들 정말 예쁘지 않나요? 왜 레트로 감성이 매번 유행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해일막걸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벨도 최소화하려고 계획 중이라, 이렇게 다채롭고 개성 있는 라벨을 적용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눈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은 진짜 우도 땅콩 막걸리를 마시러 우도로 이동했어요. 그동안 제주에 있으면서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동하면서 맑은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육지에 사시던 대표님께서 어떻게 우도에 정착하게 되셨는지, 어쩌다 막걸리 사업을 하시게 된 건지 너무나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고요. 직접 공장 시설을 둘러보면서 대형 상업 양조는 어떤 설비를 기반으로 하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땅콩 막걸리뿐만 아니라 땅콩 두부도 직접 만드시는데, 두부에 볶음 김치를 얹어서 땅콩기름 김에 싸 먹으면 정말 꿀맛이랍니다! 숙취 때문에 막걸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에요.


이렇게 삼 일 동안 술 기행을 하면서 정말 좋은 술들을 많이 맛보았고요, 같이 교육을 듣는 다양한 분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지금 하시는 일들도 각자 다르고, 관심 주종도 각자 다르지만 우리 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모두 대단하셔서 부족한 저는 제주에서의 삼일 내내 그저 감사히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소중한 인연이 닿은 대표님을 만나 공항에 가기 전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지만 그래도 제주를 떠나는 게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좋은 경험을 했고, 새로이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으니 이번 술 기행은 감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만한 것 같습니다. 이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기본기를 익혀서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혹시 여러분도 제주에 가시게 된다면,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특색있는 우리 술과 여행을 함께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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