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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Apr 24. 2020

노르웨이 디자인 회사는 어떻게 일할까? 1편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은 오슬로 디자인 회사는 이렇게 일한다.


회사 회의룸에서 보이는 뷰


여느 때나 다름없이 오후 4시쯤 되면 다들 Ha det (잘 있어, 안녕)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8시에 온 사람은 보통 4시에 퇴근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은 8-4시 혹은 9-5시 이렇게 일을 하고 아이를 유치원에서 픽업해야 하는 직원이라면 보통 2시쯤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7시간 30분 업무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집에 가는 이들은 OECD 국가별 노동 생산성에서 룩셈버그 다음으로 2위이다. 일 년에 보통 개인 휴가로 4주 정도 쓰고 (공휴일 + 부활절 +크리스마스 휴가 미포함) 추가 근무시간이 생겼을 때는 그 시간을 휴가로 돌리기에, 가끔 다른 회사들에 연락만 하면, 휴가 가서 자리에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틈만 나면 휴가 가고, 툭하면 개인적인 이유로 집에 일찍 가는 이들이 어떻게 업무 효율성이 2위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탕으로 몇 가지 적어보았다.


1. 그날그날의 업무일지를 15분 간격으로 쪼개 쓴다. (1편)

2. 클라이언트와 작업 디벨롭을 같이 한다.(1편)

3. 시간관리는 철저하게, 시간이 돈이다.(1편)

4. 업무의 세분화. (2편)

5. 실시간으로 업무를 공유하는 메신저 혹은 앱이 활성화돼있다.(2편)

6. 점심은 간단하게.(2편)


자, 그럼 좀 자세히 들여다보자.


1. 그날그날의 업무일지를 15분 간격으로 쪼개 쓴다. 

예전 같이 일하던 한국 동료에게 이 말을 했더니, 그 시간에 일하겠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15분마다 칼같이 뭘 해야 했는지 적어야 하는 건 아니다. 회사마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꽤나 상세하게 적어서 기록해야 하긴 하다. 그리고 최대 짧게 기록할 수 있는 업무시간이 15분이다.


이 기록을 하기 위해 우리는 moment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곳에서 어떤 프로젝트에 어떤 업무를 얼마나 했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이걸로 회사는 나의 업무 양을 확인하고, 또 회사는 이 내역을 클라이언트한테 보고하기도 한다.


업무의 기록을 끝낸 후 잠금 설정을 하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업무 플로우를 확인 후, 프로젝트 양의 조절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주기도 하는 조율 과정이 시작된다.


왼쪽은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름, 위에는 날짜.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날짜를 누르면, 얼마 동안 어떤 일을 하는지 적는다. 예) 위에 나는 1시간 30분 동안 디자인 리서치 작업을 했다.


2. 클라이언트에게 보고 형식이 아닌 작업 디벨롭을 같이 한다.


한국에서는 내가 격은 작업 과정은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이걸 이걸 원해하면, A안 B안 C안 3가지로, 클라이언트의 상상력을 절대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파이널 시안이라고 할 정도) 수준으로 정리해서 이를 보고하고, 대부분 클라리언트는 이렇게 얘기한다 "A + C를 섞고 B의 어디 어디를 넣어주세요" (이래서 죽도 밥도 안 되는 디자인이 나오는 게 대부분)


물론 이곳 노르웨이에서도 시안을 여러 개로 보고 하긴 있지만, 대략 프로젝트의 윤곽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느낌만 보여주고, 그 안에 들어갈 요소나 방향은 클라이언트와 보통 이틀 동안 하루 종일 아침부터 밤까지 앉아서 서로 함께 회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첫날은 클라이언트가 현재 격고 있는 상황과 문제를 함께 적어내거나 클라이언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방식. 둘째 날은 첫날에 토론한 부분에서 버릴 것과 세이브할 것을 추리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현재 나는 2020년에 열리는 뭉크 뮤지엄에 들어가는 오프닝 및 상설전시에서 scenography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뭉크 뮤지엄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둘째 날에는 클라이언트가 미팅의 요점을 간략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나눴다.


사실 클라이언트 쪽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요점을 공유하는 게 익숙하진 않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가 말하기를, 그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서로가 미팅의 요점을 정확이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업무의 양을 함께 이해하고, 추후에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익숙하진 않았았던 방법이었지만, 서로 간의 깔끔한 이해로 업무의 효율성은 확실히 올라갔다고 느낀다.


클라이언트, 디자인 회사 직원 같이 섞여서 회의하는 모습


3. 시간관리는 철저하게, 시간이 돈이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회사에서 초반에 좀 힘든 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결과물이 최우선 그리고 내 시간은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이런 식으로 업무를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프로젝트는 정확하게 배분된 업무의 시간이 있다. 예를 들면 50시간을 요구하는 프로젝트, 200시간의 프로젝트 등 시간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우리는 시간 단위로 계산한 프로젝트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팅 및 워크샾 모두 시간단위로 청구한다. 


만약 50시간의 프로젝트 중, 디자인 10시간, 설치팀 10시간, 매니지먼트 10시간, 조명팀 10시간, 콘텐츠 개발 10시간인 프로젝트가 있자고 가정하자.

여기서, 만약 디자이너 실수로 15시간이라는 시간을 쓰면 설치팀 혹은 다름팀은 5시간밖에 쓸 수가 없게 된다. 혹은, 각 팀이 8시간 15분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뜻은 시간을 적게 쓰는 직원은 클라이언트에게 요구하는 프로젝트 비용의 양이 적어지고, 회사 측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는 직원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렇게 일하는 디자인 회사가 (아마도)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있으면 어느 회사가 그런지 좀 알려주세요ㅎ ) 아무쪼록, 노르웨이는 이러한 업무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추후 2편에서는 아래 내용으로 연재됩니다.


4. 업무의 세분화. (2편)

5. 실시간으로 업무를 공유하는 메신저 혹은 앱이 활성화돼있다.(2편)

6. 점심은 간단하게.(2편)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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