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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Dec 07. 2020

노르웨이 헨리크 입센 뮤지엄 전시디자인하다

외국인인 나, 뮤지엄에서 나의 합류에 반대도 심했다.

이 매거진은 노르웨이의 여러 디자인과 예술에 얘기하고자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노르웨이

이곳에서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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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9) 여름- 우연히 노르웨이의 대표 작가, 헨리크 입센에 대한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를 맞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대표 작가 헨리크 입센 말이다. 오슬로에 있는 전시디자인 회사에서 프로젝트 리드 디저이 너로 나를 고용을 했다. 회사를 끼고 진행하지만 프로젝트 매니저 한 명, 메인 디자이너 나 한 명, 설치전문가 한명, 조명디자이너 한명 이렇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주어진 프로젝트는,  헨리크 입센이 실제 15세부터(1843년) 살면서 약제사 조수로 일하던 약방 건물에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헨리크 입센이 실제로 살던 곳이라니 너무나도 떨리고 사실 믿기지 않은 정도로 나에겐 너무나도 큰 프로젝트였다. 시작과 동시에 내가 과연 입센의 어려운 문학을 이해하고, 디자인으로 잘 승화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섯다.


입센이 실제 일했던 약방의 모습



하지만 디자인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가 시작될 즈음에,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안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쪽 (뮤지엄)에서 내가 노르웨이 말이 익숙지도 않은 외국인이라, 내가 디자인을 하는 거에 반대한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을 듣고 빡이치고, 백인 우월 주위, 인종차별? 여러 생각들이 들었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았다.


“북유럽에서 온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우리나라 유관순 열사의 전시 디자인을 한다면.. 과연 우리나라 미술관 관장은 어땠을까.. 아 반대했겠구나..”


생각해보니 당연한 이슈였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정말로 강하게 가지고 있는 국뽕 아이템이 몇 가지가 있다.

오일. 스키. 복지. 입슨. 뭉크.. 이 몇 가지는 누가 뭐래도 노르웨이가 세계 제일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특히 헨리크 입센은 노르웨이인에게 셰이크 스피어인데... 갑툭튀 외국인이라니.


전시장에 들어간 소품을 제작중이다. 오래된거 처럼 보여야 했기에 이렇게 작업했다.



그런데 나 같은 노르웨이 말도 완벽히 구사하지 않은 외국인 디자이너가 노르웨이 대표 문학인 전시 디자인을 한다니. 사실 싫을 만도 하다. 그리하여 사장은 우리가 인터뷰도 다했고, 적합하다 생각해서 하려는 건데 이런 식으로 얘기할 거면 프로젝트를 안 하겠다고 미술관 관장에게 얘기를 했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더 중요한 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잘 뽑아낼 수도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사장은 이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내가 할 일은 많다며 기다려 보자고 했다. 며칠 뒤 미술관에서 장문의 사과의 편지를 보내왔고, 난 드디어 프로젝트를 어렵사리 시작하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해해야 할 양도 많고, 뽑아내야 할 양도 많았다. 원래는 약국으로 쓰였던 뮤지엄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되어있었고, 최대한 오리지널은 건드리지 않은 선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나의 업무범위는 전시기획,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구조물 & 가구 디자인 및 설계 도면제작, 집기 제작 및 쇼핑 그리고 관련 역사 리서치, 아트 디렉션들이 있었다. 원래 예전부터 있었던 잘 꾸려지지 않았던 전시는 다 걷어내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했다.


프로젝트 중 재밌었던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


절대 공간에 못하나라도 박지 말 것. 오래돼서 쓰러져 가는 벽지도 절대 뜯지 말고 그대로 놔둘 것.

원래 있던 약국과 입센의 침실은 최대한 건들지 말고, 분위기만 더 좋게 하기.

새로운 전시는 흥미롭되, 더 많은 관람객 그리고 지역사회 경제를 끌어오려야 한다.

관람객이 입센의 스토리를 몸소 경험하고, 전시 후에도 기억하게 할 것.

특히 입센이 처음 쓴 시극(詩劇) <카틸리나> Catiline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것.

<카틸리나> Catiline 를 읽을 것

관람객이 사진도 찍고 쉴 수 있는 전시관도 디자인할 것.

입센이 살았던 시대의 유럽 전반적인 역사를 공부하고 공간에 잘 적용할 것.

관객들에게 입센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모습도 소개할 것.





유리 캐비넷에에 입센이 실제 사용하던 물건이 있던 방(왼쪽) 을 왼쪽과 같이 업데이트했다. 여자 실루엣은 입센의 개인적인 연애 스토리를 전달 하고자 했다.


이 작업 들은 3개월 정도에 거쳐 모두 마무리가 되었고. 전시 오픈을 무사히 할 수가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나는 건, 첫 미팅 때 그 미술관 큐레이터는 나랑 눈도 안 마주치려 했고 미팅에 참가하자마자 그녀가 물었다.


“너는 노르웨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니? “ 해서 “초급 단계이다. 하지만 노력 중이다” 했는데 그 큐레이터가 이 한마디를 했다. “난 네가 노력 중이고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이 미팅을 전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옆에 있던 프로젝트 매니저가 다행히, 이 미팅은 디자이너와 내가 둘이 서로 같이 준비한 거다. 그녀는 이미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싸늘하게 얼어붙었던 관계는 전시 설치가 마무리 되었을쯤 그녀가 말했다. “너무 잘 해냈다고. 마음에 든다, 고생했다” 나중엔 커피까지 사주며 싸늘했던 사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이 작업에서 가장 뿌듯했던 건 이유는 내가 1-10까지 디자인 부분은 내가 다 해냈고, 또한 내 노력과 작업으로 누군가의 선입견을 바꿔 놓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전시 오픈이 끝난 후, 우리와 함께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 더 일해볼래? 했을 때 뮤지엄 큐레이터는 선뜻 “그러자!”라고 했다.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힘들고 복잡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큐레이터의 "그러자"라는 반응을 들었을 땐,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을 되돌려 받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래 이미지들은 전시장의 전 후 사진 몇장을 모아보았다.



오래된 도시모형 그리고 글자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전)



도시모형을 제거하고, 관객들이 사진도 찍고 즐길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다른방

모든 벽에 설치되었던 오래된 전시물을 걷어내고 설치작업에 영상을 넣기로 했다. 그리고 가구와 조명을 넣기로 했다.
입센의 전기를 영상으로 알아보기 쉽게 설치작업 + 일러스트로+영상으로 디자인 하여 연출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노르웨이로 여행을 오실 수 있을 때 이곳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슬로와는 또 다른  노르웨이의 산토리니 같은, 하얗고 예쁜 집들 사이에 있는 이 뮤지엄을 꼭 방문해 보았음 한다.



입센 뮤지엄 에서 보이는 뷰 / 입센 뮤지엄 외관



조명 디자인했던 사진작가 Yina Chan  & 설치를 도와준 Pablo와는 프로젝트후에 친한 친구가 됬다.


일러스트 작업중 일부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개인 작업 계정 @hae.studio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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