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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6. 2017

틈틈이,서울-09,

팔월,성북동

내가 매일 걸으며 수 백번 아니 수 천번쯤 너를,우리를,그때를 생각하던 이 길을,

내가 사는 곳으로 가기 위해 꼭 지나야 하는 이 길을,

함께 걸었었던 이 길을,

어제 네가 걸었다는걸 내가 조금 일찍 알았다면 나는 이 길가에 서서 너를 기다렸을까.

아니면 건너편에서 혹은 늘 그랬듯 너의 연주가 들리는 문밖에서 가만히 너를 바라봤을까.

아니면 집에 되도록 늦게 들어가 너와 절대 마주치지 않아야겠다고 스치지도 않을거라고 다짐했을까.

하지만

어제 네가 이 길을 걸었다는 걸 오늘의 지금 알게 된 나는

길 한복판에 서서

너는 이 길위에서 나를 한번은, 잠깐은 떠올렸을까 하는 헛된 짐작을 눈물에 담아 펑펑 뿌렸다.

이곳에만은 오지 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왜 아직 나는 이렇게 아파야하냐고

네가 지나간 길에 묻고 소리쳤다.


결국은 나에게만 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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