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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6. 2017

틈틈이,서울-10,

칠월,안국동


어느 해 어떤 날,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로부터 반송 온 우편물 리스트를 엑셀에 정리하고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며

나는 서울 제주 부산 대구 당진 철원 구미 강릉 천안 용인 김해 순천 전주...등등에 있는

장미아파트 앞에 갔다가 그 옆 그린빌라에 들렸고 

청수아파트를 지나쳐 2차주공아파트에서 한참을 머물렀으며

수정빌리지와 태양아파트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처음 들어보는 동네, 빌라와 아파트, 환자들의 이름들을 곱씹으며 나는,

이렇게라도 당신의 이름과 집을 스쳤다고 

이렇게라도 당신이란 존재를 잠깐이라도 알게 되었다고 

당신에게는 아픔, 내게는 인생을 갉아먹는 것처럼 생각되는 생업 때문이었을지라도.

라고 내뱉다 문득 키보드 위를 걷던 손을 멈췄다. 


어쩌면,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서 당신의 아픔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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