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gminghaen Nov 06. 2017

틈틈이,서울-11,

시월,원남동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무언가를 소외시키는 것에 예민해졌다. 그런데 사람만이 아니라 물건에게도.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하며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막 사용해서 설거지를 마친 그릇을

사용하지 않아 식기건조대에 놓여있던 그릇 위, 혹은 앞에 바로 놓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그릇을 들어 살짝 빼놓은 뒤 

지금 막 씻은 그릇을 맨 아래에, 혹은 맨 뒤에 놓고

마지막에 사용하지 않은 그릇을 맨 위에 놓는 거다. 

왜냐하면,

그릇들은 기다렸으니까. 다음 번에는 이번에 사용하지 않은 그릇이 사용되어야 하니까.

그래야 공평하니까.


하나 더,

책 100권을 어딘가로 보내기 위해 100권이 맞는지 세어볼 때,

대부분이 2,4,6,8-이라던지, 5,10,15-라던지 세기 편한 방법으로 물건을 센다면

나는 

1,3,4,8,10,14,17,23-이렇게 규칙 없이 세는거다.

왜냐하면,

매번 2,4,6,8만 불리고 3,6,9만 불리고 5,10,15만 불리는 건 불공평하니까.

다른 숫자들이 너무 서운하니까.




나는 언제부터 무언가를 소외시키는 것, 소외당한다는 것에 이렇게 마음을 쓰게 된걸까 

창경궁을 향해 걷던 길 위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려면 얼마나 걸릴지

초를 세다 오랜만에 34라는 숫자를 입 밖으로 꺼내 낯설음과 반가움에 미안함을 느끼던 어느날 부터였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틈틈이,서울-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