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째 어떤 회사에서도 연락이 없고,
더 이상 무작정 이력서를 넣어볼 곳도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지쳤다.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잠에 들기 전, 간절함이란 조각배에 기대와 희망을 간신히 건져 올려 쌓은 기도들은
잠을 자는 동안 홀연히 사라져
아침이 오면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내게 돌아와 눈꺼풀을 짓누른다.
어제 너의 결심이나 바램들은 이미 산산조각 났어.
넌 뭘 해도 안될거고 너에겐 희망이 없어.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그제서야 눈을 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아니 어제보다 조금 더 나빠진 하루를 흐린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누구이며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좌절이란 터널에 다시 좌절이란 터널을 파고 뚫고 연결해 끝없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데,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거 안해본 거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의 끝은 자꾸만 내 합리화로 이어졌고,
생각 없이 웃어본 적도 있었으나 그것은 쓴웃음으로라도 웃음의 형태로는 내게 돌아오지 못했으며
생각하는대로 살려고 해봐도 자꾸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내가 해결해야만하는 상황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가 딛고 있는 현실을 버티다 보면,
‘생각을 한다’는 행위는, 내 인생에서 사치라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못본체 하지 말라고,
죄책감을 독촉하는 목소리들에 파묻혀
나는 자꾸 나를 버렸다.
화가 났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위해 노력하는것도 사치이자 죄인 사람도 있다고!!
지나치게 단순하고 해맑고 긍정적이며 잘 웃어 넘기고, 금방 털어내는 것도 나지만,
어느 한 순간 이렇게 지독히도 부정적이고 모나고 비뚤어지며 무기력한 나도 나였다.
어두운 매일에, 내 앞에 놓인 건 어둠보다 더 어두운 터널뿐이었으므로,
나는 계속해 어두움으로 들어가거나, 어두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외롭고 무섭고 두렵다.
맞다. 취준생이란 건 부정적인 감정을 매일 맨몸으로,
아니 상처입은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며 고통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다.
전쟁이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전쟁.
무관심과 고독 속에서 나를 지켜야 한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어두움에서 꼭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도 좋다.
하지만
어두움의 동굴은 닫혀 있지 않으니까.
누가 어두움으로 넣은 것이 아니라 내가 들어왔으니까,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내가 나가고 싶다면.
어둠에 그저 머물던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너무 낯설어서
도무지 내가 있는 지금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던 어느 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 괴로웠던 어느 날,
나는
결국 돌고 돌아 나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나를 알아야만 한다. 아니 알아줘야만 한다.
이 세상에 나 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적어도 나는 알아야 한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둠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내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지에 대해 알고 싶다고,
내가 나를 잊거나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오랜만에 해보는 결심, 같은걸 머금고
다시 거울을 본다.
내가 모르는 지금의 내게, 내가 되고 싶은 언젠가의 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