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직장생활이 내게 남긴 것.
우울증, 불안장애, 그리고 불면증.
마치 전리품처럼 내 삶에 깊이 박혀버린 것들이다.
내가 꿈꿨던 30대는 프로페셔널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가를 사고, 자차를 운전하고, 멋진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실은 달랐다.
나는 사무실에서 울음을 참으며 일했고, 전화벨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며, 더 이상 1인분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밤마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눌려 쉽게 잠들지 못했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매일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휴직을 택했다.
이름만 직장인인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게 믿기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게 직장생활이니까, 누구나 다 이렇게 버티는 거니까"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돼, 적당히 일해."
수없이 들은 말이었지만, 내겐 불가능한 조언이었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라지만, 나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다.
회사에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티 내지 않고 버텼다.
과거의 실수를 되새기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더 잘해야 해. 더 완벽해야 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리고 참다 참다 터지고 말았다.
내가 무너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출근길의 버스는 나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수레처럼 느껴졌다.
사무실 의자에 앉는 순간, 숨이 막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밤이 되면 회사 생각이 나를 옥죄어왔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무너지는 나를 지켜보는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버티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휴직을 하자마자 나는 제주도로 떠났다.
누구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자동차 경적 소리, 취객들의 술주정,
그 모든 소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제주도는 안식처였다.
투명한 바다를 보면, 답답하게 갇혀 있던 내 마음이 뚫리는 것 같았다.
파도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안정제 같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조용해졌다.
바다는 여전히 반짝였고, 하늘은 맑았다.
그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었다.
짐을 풀고 숙소 근처 바다로 달려갔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에 몸을 맡긴 건 10년 만이었다.
튜브를 끼고 바다에 몸을 띄웠다.
물이 차가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따뜻했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내 몸도, 내 마음도, 바다에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푸른 하늘, 찰랑거리는 물결, 나를 감싸는 바다의 품.
나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는 순간을 맞이했다.
영원히 이대로 잠겨 죽어도 좋을 만큼, 평화로웠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물을 좋아하는구나.
물이 나를 감싸고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됐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수영을 배우기로 했다.
더 이상 나를 방치하지 않기로 했다.
물속에서, 나를 다시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