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몸을 맡기다

첫 수업의 두려움과 긴장, 물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느낀 감각

by 강해진

수영을 등록하고 나서 처음에는 두려웠다.

수영 강습은 초등학교 이후로 거의 20여 년 만이었다.

그래서 물에 뜨지도 못하는 내가 과연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혹여나 배워도 재능이 없어 영영 수영을 못 하면 어쩌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력이 뒤쳐저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수영복을 사고 수영 물품을 사는 동안 살짝 설레기도 했다.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쇼핑한 물건들이 도착하고 시착하면서 물놀이 가는 아이 마냥 신났다. 꽉 끼는 수영복을 입고 머리 한 올 튀어나오지 않게 수모를 쓰고 파리 같은 수경을 쓴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미었다.


사실 나는 이렇게 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를 웃게 만드는 건 별게 아닌데 나는 왜그리 우울했던 걸까. 이렇게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우울을 하나씩 지우고 싶다.


첫 수업에서는 발차기부터 가볍게 배웠다. 퐁당퐁당 발장구 치는 건 자신있었다. 하지만 수영 발차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허벅지로 물을 눌러가며 차라는 설명이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몸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물장구를 치니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나이가 들고 그렇게 신나게 발차기를 한게 처음인 것 같다. 잠시나마 우울을 잊고 지금 현재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음파음파

수영 호흡을 배웠다. 음~하면서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내뱉고 물 밖으로 나오면서 파 하며 입으로 숨을 쉬고.

음~파~음~파~.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숨쉬는 것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우리 반은 10대 초등학생부터 많게는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에 아이처럼 하나 둘 배우는 모습들이 어미를 바라보는 아기새 같아서 귀여웠다.


음 하고 들어간 물 속은 여전히 고요했다. 다 같이 한 수영장에서 수업을 듣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혼자 고립된 것 같은 편안함이었다. 다시 물밖으로 나오며 호흡을 들이쉰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복귀하였다.


물은 걱정했던 것보다 따뜻했고,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는 물결을 느끼며 그대로 잠식하고 싶었다. 손 끝으로 물을 쓰담듬으며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다. 물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온전히 받아준다. 내 우울도 모두 씻어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숨이 가빠올 때